“연기가 꽉찬 건물안으로 들어가면 방향감각을 잃기 쉽기 때문에 극도로 긴장하게 됩니다.산소호흡기로도 30분밖에 견딜 수 없어 조금만 지체하면 산소가 떨어진다는 경보가 ‘삑삑’ 울립니다.죽음에 대한 공포로 식은땀이 등을적십니다.그렇다고 구할 사람이 있는데 그대로 나올 수도없습니다.그러나 사람을 구조한 뒤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마실 때의 뿌듯한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서울 동대문소방서(서장 권영대) 119구조대.임남길 대장(41·소방위) 등 17명의 구조대원들은 24시간 2교대로 낮과밤을 잊은 채 긴장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출동명령이떨어지면 스프링 튕기 듯 뛰어나가야 하는 압박감이 대원들을 억누른다.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몰라서다.이들은 밤이 깊어질수록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인다.밤 사고는 대체로큰 데다 어두워 구조활동에 어려움이 많아서다.
11일 새벽 0시40분 구조대원들에게 ‘긴급출동’ 명령이떨어졌다.구조대원들은 전광석화처럼 출동버스에 올라탄다.차에 타자마자 김욱 부대장(38·소방장)은 상황파악을,대원들은 어떤 장비를 쓸지 점검하기에 여념이 없다.구조대차안은 만물상이 따로 없다.어떤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체인 톱,철근 절단기,해머,큰 도끼등 없는 게 없다.
이날 신고는 전농동의 한 가정집 옥상에 술취한 사람이올라가 있다는 것이었다.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지만 사람의 생명이 걸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임대장과 이날 근무조인 김 부대장 등 9명의 대원들은 10일오후 4시14분 답십리 한 교회 화재현장에 출동,150여명을대피시키고 30여명을 구조했기 때문에 피로가 쌓여있지만짜증내지 않고 익숙한 솜씨로 이날도 구조활동을 마무리한다.
김 부대장은 “처음 2∼3년간은 적응하기 어려웠다”면서 “생명을 구해준 사람들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들으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대원들은 밤을 꼬박 새우고 인수인계를 한 뒤 오전 9시가 넘어 퇴근한다.그러나 비번일때도 제대로 쉬는 날이 많지 않다.각종 훈련과 교육 참석이 기다리고 있다.게다가 1초라도 빨리 출동할 수 있게 소방서 주변 지리를익히려 돌아다녀야 한다.
이렇게 기본업무인 화재와 안전을 책임지기에도 힘에 부치기 때문에 이들은 할 말이 많다.노병철 소방사(31)는 “잠긴 자물쇠를 여는 등 사소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 달라”고 주문한다.금성웅 소방사(29)는 “차량 10대 가운데 1∼2대가 방해해서 출동에 지장을 받는다”며 협조를 당부한다.
이들의 손을 보면 구조경력을 알 수 있다.119구조대 1기로 88년 특채됐으며 지난 4월 KBS 119대상을 받은 김 부대장의 손은 부대원 가운데 가장 억세다.유리에 찔려 이곳저곳 꿰맨 흉터와 함께 불법주차에 막힌 주택가 골목길을 30㎏이 넘는 인명구조장비를 들고 화재현장까지 뛰느라 생긴굳은살이 훈장처럼 보인다.
“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을 사니까 집에서 ‘무사히 돌아오세요’라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아내가 그저묵묵히 바라보며 배웅할 때는 가슴이 찡합니다.”김영중기자 jeunesse@
11일 새벽 0시40분 구조대원들에게 ‘긴급출동’ 명령이떨어졌다.구조대원들은 전광석화처럼 출동버스에 올라탄다.차에 타자마자 김욱 부대장(38·소방장)은 상황파악을,대원들은 어떤 장비를 쓸지 점검하기에 여념이 없다.구조대차안은 만물상이 따로 없다.어떤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체인 톱,철근 절단기,해머,큰 도끼등 없는 게 없다.
이날 신고는 전농동의 한 가정집 옥상에 술취한 사람이올라가 있다는 것이었다.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지만 사람의 생명이 걸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임대장과 이날 근무조인 김 부대장 등 9명의 대원들은 10일오후 4시14분 답십리 한 교회 화재현장에 출동,150여명을대피시키고 30여명을 구조했기 때문에 피로가 쌓여있지만짜증내지 않고 익숙한 솜씨로 이날도 구조활동을 마무리한다.
김 부대장은 “처음 2∼3년간은 적응하기 어려웠다”면서 “생명을 구해준 사람들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들으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대원들은 밤을 꼬박 새우고 인수인계를 한 뒤 오전 9시가 넘어 퇴근한다.그러나 비번일때도 제대로 쉬는 날이 많지 않다.각종 훈련과 교육 참석이 기다리고 있다.게다가 1초라도 빨리 출동할 수 있게 소방서 주변 지리를익히려 돌아다녀야 한다.
이렇게 기본업무인 화재와 안전을 책임지기에도 힘에 부치기 때문에 이들은 할 말이 많다.노병철 소방사(31)는 “잠긴 자물쇠를 여는 등 사소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 달라”고 주문한다.금성웅 소방사(29)는 “차량 10대 가운데 1∼2대가 방해해서 출동에 지장을 받는다”며 협조를 당부한다.
이들의 손을 보면 구조경력을 알 수 있다.119구조대 1기로 88년 특채됐으며 지난 4월 KBS 119대상을 받은 김 부대장의 손은 부대원 가운데 가장 억세다.유리에 찔려 이곳저곳 꿰맨 흉터와 함께 불법주차에 막힌 주택가 골목길을 30㎏이 넘는 인명구조장비를 들고 화재현장까지 뛰느라 생긴굳은살이 훈장처럼 보인다.
“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을 사니까 집에서 ‘무사히 돌아오세요’라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아내가 그저묵묵히 바라보며 배웅할 때는 가슴이 찡합니다.”김영중기자 jeunesse@
2001-12-12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