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는 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 프로그램(P.E.T.)을 취재하다가 그 자리에서 2개월 짜리 수강증을 끊었다.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얼마전 끝낸 ‘아줌마 내공(內攻)프로그램’부터 짚어가야 한다.내공프로는 ‘아줌마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이숙경씨 등이 “여자들이 모여 자기삶을 성찰하고 거기에서 얻은 힘으로 행복을 찾자”며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내공’과의 만남은 프로그램 개설을 알리는 팩스 한장이 신문사로 날아오면서 시작됐다.‘대체 뭘 한다는거야’머리를 갸웃대며 이숙경씨에게 인터뷰를 청했다.솔직히 말을 들으면서도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갔다.
다만 당시 ‘헛헛’하고 ‘팍팍’한 내 상황이 내공이란말을 솔깃하게 들리게 했다.만 10년째로 접어든 신문사 생활은 벅찼고,연년생 두 딸들은 약간의 정서불안증까지 보이며 엄마를 ‘고파’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도 낄 수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기자가 아니라 아줌마 자격으로”라는 단서로 받아주었다.
프로그램 첫 시간,나 말고 8명의 아줌마가 ‘맹숭맹숭’한 얼굴로 와 있었다.애 낳은지 백일도 안된 30대,사춘기큰아들 때문에 맘고생하는 40대,남편의 바람기가 탈인 아줌마 등등….
1주일에 한번씩 그림으로 마음 그리기,몸짓으로 감정 보여주기,미래 계획 세우기 등을 하며 그것이 일종의 상담프로란 걸 알았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삶의 흙탕물을 가라앉혔다.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들여다보았다.삶도 들여다보았다.‘아이와 일,무엇도 제대로 못한다’는 자책에 내몰리는 나,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두 딸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우리들의 옛 모습인 마음 속의 덜 자란 ‘아이’도 찾아냈다.생활에 바빴던 부모의 무관심이 사무친 아이,잘난 남매들과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키운 아이,부모님의 불화로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그 ‘아이’들은 아줌마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옭아매며,말썽을 부리며 징징대고 울고 있었다.
초겨울로 향하는 어느날,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한 아파트에 아줌마 아홉이 모였다.팀의 일원이자아파트의 안주인이 졸업식을 겸해 마련한 점심식사였다.아줌마들은 서로 “앞으로 더 잘 살라”며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준비안된 부모는 또다시 준비안된 부모를낳는다는 것을 알았다.‘부모 훈련'을 통해 그 악순환을 끊고 싶다.
허윤주기자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얼마전 끝낸 ‘아줌마 내공(內攻)프로그램’부터 짚어가야 한다.내공프로는 ‘아줌마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이숙경씨 등이 “여자들이 모여 자기삶을 성찰하고 거기에서 얻은 힘으로 행복을 찾자”며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내공’과의 만남은 프로그램 개설을 알리는 팩스 한장이 신문사로 날아오면서 시작됐다.‘대체 뭘 한다는거야’머리를 갸웃대며 이숙경씨에게 인터뷰를 청했다.솔직히 말을 들으면서도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갔다.
다만 당시 ‘헛헛’하고 ‘팍팍’한 내 상황이 내공이란말을 솔깃하게 들리게 했다.만 10년째로 접어든 신문사 생활은 벅찼고,연년생 두 딸들은 약간의 정서불안증까지 보이며 엄마를 ‘고파’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도 낄 수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기자가 아니라 아줌마 자격으로”라는 단서로 받아주었다.
프로그램 첫 시간,나 말고 8명의 아줌마가 ‘맹숭맹숭’한 얼굴로 와 있었다.애 낳은지 백일도 안된 30대,사춘기큰아들 때문에 맘고생하는 40대,남편의 바람기가 탈인 아줌마 등등….
1주일에 한번씩 그림으로 마음 그리기,몸짓으로 감정 보여주기,미래 계획 세우기 등을 하며 그것이 일종의 상담프로란 걸 알았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삶의 흙탕물을 가라앉혔다.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들여다보았다.삶도 들여다보았다.‘아이와 일,무엇도 제대로 못한다’는 자책에 내몰리는 나,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두 딸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우리들의 옛 모습인 마음 속의 덜 자란 ‘아이’도 찾아냈다.생활에 바빴던 부모의 무관심이 사무친 아이,잘난 남매들과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키운 아이,부모님의 불화로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그 ‘아이’들은 아줌마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옭아매며,말썽을 부리며 징징대고 울고 있었다.
초겨울로 향하는 어느날,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한 아파트에 아줌마 아홉이 모였다.팀의 일원이자아파트의 안주인이 졸업식을 겸해 마련한 점심식사였다.아줌마들은 서로 “앞으로 더 잘 살라”며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준비안된 부모는 또다시 준비안된 부모를낳는다는 것을 알았다.‘부모 훈련'을 통해 그 악순환을 끊고 싶다.
허윤주기자
2001-12-06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