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청춘이 있다.꿈을 꾸는 일이 삶의 동력이 되는 열일곱살들이다.둘은 똑같은 꿈을 꾼다.꿈의 대상은 ‘자전거’다.

중국 신세대 감독 왕 샤오슈아이(王小帥)의 ‘북경 자전거’(11월3일 개봉)에서는 자전거가 주인공만큼이나 주목받는다.

일자리를 찾아 북경에 흘러든 시골소년 구웨이(츄이 린)는 택배회사에 취직된 게 꿈만 같다.구질구질한 뒷골목 구멍가게에 얹혀살지만,달리는 만큼 돈을 벌게 해주는 새 자전거는 보물이다.그런데 그걸 잃어버린다.

남루한 차림새로 북경을 다 뒤질 듯 자전거를 찾아나선 구웨이에게 동정의 마음이 쏠리는 건 인지상정이다.

잃어버린 자전거의 새 임자는 고등학생 지안(리 빈).여자친구의 환심을 사고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 묘기를 익히고 싶어 그는 아버지의 돈을 훔쳐 중고자전거를 샀다.

왁자한 대사없이도 영화는 대목대목에서 체온이 깃든 메시지를 전한다.간신히 자전거를 되찾지만 구웨이는 지안의 친구들에게 뭇매를 맞고 다시 뺏기고만다.영화에서 체온이 느껴지는 건,두 소년을 끝까지 선과 악의 꼭지점에 마주세워두진 않았기 때문이다.

새 장가든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사는 지안에게 구웨이는물론이고 관객들의 마음까지 열게 만든다.지안과 구웨이를오가는 화면에 자극적 양념장치는 어디에도 없다.둘이 폭력배들에게 쫓기는 마지막 부분의 긴장속에서도 북경의 뒷골목 사람들은 자다깬듯 무심히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감독은 물질지상주의에 빠져가는 거대도시의 그림자를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두 소년과 남루한 뒷골목의 현실에 빗대 짚어냈다.그 고집덕분에 영화는 중국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여전히 현지에선 개봉불가 신세다.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