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칼럼] ‘상식’의 나무를 자르는 도벌꾼들

[김삼웅 칼럼] ‘상식’의 나무를 자르는 도벌꾼들

김삼웅 기자 기자
입력 2001-10-16 00:00
수정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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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준거가 되는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상식이 통하지않고 억지와 독선과 집단이기주의가 활개친다.상식이 붕괴되는 마당에 양식이나 지성이 통할 리 없다.

상식의 ‘선행지표’역할을 해야 할 정치인·언론인·검찰 등 사회지도층인사들의 ‘몰상식’으로 국가에 정도가 서지 못하고 사회기강이 무너진다.몰상식의 앞줄에는 수구언론이 자리한다.

극우냉전 세력을 대변하는 일부 수구 신문의 상식을 벗어난 지면제작으로 상식파괴 현상이 심화된다.상식 밖의 정치인발언을 대서특필하거나 근거없는 각종 ‘설’을 여과없이 게재하여 불신과 분열을 부채질하고 상식과 가치기준을 무너뜨린다.

이들과 ‘일란성 쌍둥이’는 극우정치인들이다.지역주의에 편승하고 수구언론의 모유를 먹으면서 성장한 이들은 면책특권을 악용하여 걸핏하면 색깔론을 제기하고 허위사실을날조하여 사회 불신을 증폭시킨다.상식 밖의 발언도 수구언론이 키워주고 이것이 지역정서를 자극하여 손쉽게 원내에진출한다.몰상식한 국회의원의 발언을 몰상식한 언론이 비호하면서 국회는 난장판이 되고 사회는 몰가치의 나락으로빠져든다.검찰의 행태 역시 몰상식적이기는 비슷하다.근래나타난 여러가지 비리·비행과 관련하여 ‘거듭날 만’한데도 구태를 벗지 못한다.한점 흐트러짐이 없어야 할 검찰간부가 비리기업인에 조카 취직부탁을 하고 술자리를 함께하는 등 상식 밖의 처신을 한다.수구언론과 극우정치인들과는 달리 검찰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항변권을 보장하는 개혁방안이 나와 그나마 ‘상식회복’이 기대된다.

네 눈속에 있는 들보 마태복음(7장3절)은 “어찌하여 형제의 눈속에 있는 티는보고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고 상대의허물을 들추기 전에 자신부터 깨끗할 것을 가르친다.

법구경에도 “남을 가르치는 바른 그대로 마땅히 자기몸을 바르게 닦아라.다루기 어려운 자기를 닦지 않고 어떻게 남을 가르치려 드느냐”는 비슷한 내용이 전한다.

언론과 정치인과 검찰은 타인을 비판하고 다스리는 직업이다.그만큼 스스로 깨끗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천문학적인탈세의 족벌언론,입만 열면 상대를 좌경용공으로 모는 극우정치인,권력형이나 내부비리에는 ‘연체동물’이 된 검찰,이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고 사회정의가 서지 못한다.

“과거에는 윤전기에 모래를 뿌리는 행동도 했으나 현재는 그러한 방법으로 항의할 수 없다”란 한 교수의 발언을 “윤전기에 타격을 가하는 깡패방식의 언론운동이 필요하다”고 왜곡날조하는 족벌언론,“역사를 되돌아보면 세번의 통일시도가 있었다.신라의 통일과 고려의 통일,이 두번은 성공했지만 세번째인 6·25사변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무력통일을 비판한 대통령연설을 앞뒤 잘라내고 색칠하여 ‘친공정권’으로 매도하는 수구언론과 극우정치인들의 공동체허물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정치인과 언론인·검찰은 우리 공동체가 거처할 집을 짓거나 수리하거나 부실이 되지않도록 감시·감독하는 직업이다.어느 의미에서는 집짓는목수다.그러나 목수는 함부로 도끼질을 하지 않는다.

정확한 잣대와 곧은 먹줄을 통해 잘라낼 부분을 가리고 이을 부분을 찾아낸다.

참목수와 도벌꾼 정치인이 나라살림을 맡고 언론이 국정비판을 하고 검찰이 사회비리를 척결하는 것은 바로 집짓는 목수의 역할이다.

참목수에게 먹줄은 생명이듯이 지도층인사들에게는 상식의기준에서 먹줄의 용도가 요구된다.먹줄을 놓지않고 나무를자르는 사람은 도벌꾼일 뿐이다.도벌꾼은 곧고 질 좋은 재목부터 찾아내 사정없이 찍어댄다.상식과 양식의 먹줄이 존재하지 않는다.자신들의 마당에 핀 꽃 한송이는 아끼면서남의집 선산이나 공원의 보기 좋은 나무를 골라 도끼질한다.그러고는 되레 큰 소리치고 걸핏하면 먹줄 대신에 붉은색을 칠한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인·언론인·검찰이 달라져야한다.“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속에 들보를 빼어라.그후에 밝히 보고 형제의 눈속에서 티를 빼리라.”(마태복음7장5절)[김삼웅 주필 kimsu@]
2001-10-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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