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친일파 명단

[씨줄날줄] 친일파 명단

이용원 기자
입력 2001-08-15 00:00
업데이트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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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4년 반민족문제연구소(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청산하지 못한 역사’시리즈 3권(청년사 간)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해방후 그늘에 숨어 있던 일제부역자(친일파)의 면면과 그들의 행적이 대중 앞에 낱낱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이 책에는 오카모토 이노부(岡本實)라는 이름아래 만주군 장교로 복무한 박정희 전대통령을 필두로,한국 현대사를 누빈 각계 ‘지도자’60명이 일제 강점기에어떠한 행동을 했는지가 소상하게 실려 있다.지난해 말 타계한 뒤 여태껏 ‘친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당서정주가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행적은 사실 해방공간을 산 세대에게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당시 직접 보고 듣고 했을터이니 말이다.그런데도 1990년대 중반 상황에서 새삼 충격을 준 이유는,그 일제부역자들이 해방이후 치죄(治罪)되지 않고 정권의 변천에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성장해 지도자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또 그들이 지도자 행세를 하는바람에 ‘친일 문제’가 수십년간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은 점도 주원인이다.그런 까닭에 우리사회는 아직도 ‘친일파’의 정의 및 그 적용 범위를 갖지 못해,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매번 감성적이고 인물평가적인 수준에서 겉돌고있다.

최근 일제부역자 명단을 정리하는 사업이 여러 갈래에서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광복회는 지난 1999년 ‘친일 반민족 행위자 문제 연구기구’를 만들어 900여명을 대상으로친일파를 가려내고 있다.작업이 마무리 단계여서 다음달열리는 정기국회에 그 명단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펴낸 민족문제연구소도 ‘친일파총서’의 핵심으로 친일 인명사전 2∼3권을 준비하고 있다.다만 사전 출간 계획이 발표된 지 여러해가 지났는데도아직 착수조차 하지 못한 점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쉰 여섯번째 맞는 광복절 아침이다.우리가 친일을 했느니,하지 않았느니 가려낼 대상은 적어도 해방 당시 스물은됐을,지금은 일흔여섯은 넘겼을 노인들이다.그런데도 새삼 친일 기준을 논의하고 친일파를 가려내자고 목청을 높이는 까닭은 그들에게 이제 와서 보복하려는 것도,망신을 주려는 것도아니다.다시금 나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과거를 엄정히 평가하고 역사의 교훈을 삼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2001-08-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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