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집 한일 관계 갈등을 넘어/ 친일논의 현재적 의미

8·15특집 한일 관계 갈등을 넘어/ 친일논의 현재적 의미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1-08-14 00:00
수정 2001-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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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논쟁의 끝은 과연 언제쯤일까.

광복 56년을 맞은 오늘날까지도 ‘친일논쟁’은 그칠 줄모르고 거듭되고 있다.이해당사자간에 치열한 공방을 벌이지만 뚜렷한 결론도 없고,논쟁이 정리되지도 않은 채 끝나곤 한다.겉으로 보기에는 소모적이고 분열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친일논쟁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논쟁이라는 점에서 이른 시일안에 매듭지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역사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친일논쟁중 가장 크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은 박정희 전대통령과 미당 서정주 시인을 둘러싼 논쟁이다.이들둘을 둘러싼 논쟁은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박정희기념관’의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그에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념관을 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또 중앙일보가 추진하고 있는 ‘미당문학상’의 제정을반대하는 사람들은 미당의 문학적 업적과는 별개로, 그의친일경력 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와 관련,강창일 배재대 교수는 “특정인물의친일행적을 둘러싼 논쟁을특정인에 대한 비방으로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어 논의 자체가 진지하게 이뤄진 경우가 드물었다”면서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논쟁은 불가피하며 이를 비난으로 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실제로 박정희 전대통령과미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친일행적을 아예 도외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적 공과(功過)가 교차되는 인물에 대해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현대사 연구자는 “대중적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는인물일수록 역사적·민족적 평가는 엄정해야 된다”고 전제하고 “특히 식민지시대를 겪은 현대인의 경우 그가 친일 활동을 했는지 여부는 인물평가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잣대”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친일논쟁에 대해 ‘전국민의 친일파론’을 들고나와 친일논쟁의 논점을 흐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최근 소설가 이문열씨는 조선일보와의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일제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친일파가 되지않았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을 펴,그의 역사인식 자세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기도 했다.친일문제연구가인 고 임종국씨가 “친일인사들은친일행적을 희석시키기 위해 친일문제를 전국민적 차원으로 걸핏하면 확대시킨다”고 지적한,그런 현상을 나타내는것이다.

흔히 친일논쟁을 소모적인 ‘비난전’으로 보는 사람들은공정한 평가 잣대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엄격히 말해 적절치 못하다는 게 학계의다수설이다. 많은 학자들은 제헌국회가 제정한 반민족행위자처벌법(반민법)이 하나의 기준이라고 본다.다만 이 법에따라 구성된 반민특위가 활동 도중 와해됨으로써 평가(단죄)의 잣대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친일논쟁을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자신이나 선대의 친일행적을 사죄하는 경우도있다.홍익대 총장을 지낸 이항녕 박사는 자신이 일제말기군수를 지낸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글과 강연을 통해 민족앞에 사죄했었다.또 친일문인인 파인 김동환 시인의 3남김영식씨는 선대의 친일행적을 공개 사과했었다.2공화국당시 국방부장관을 지낸 현석호도 회고록에서 친일행적을사죄하기도 했다.독립운동가인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인간에게 과오는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를 참회하고 사죄할 줄 아는 것”이라면서 “친일인사 역시 민족앞에 사죄한다면 화해의 마당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새천년의 입구에서 과거사에만 매달리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그러나 이는 우리나라가 중국 등 아시아국가나 프랑스 등 유럽과 달리 ‘역사청산’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친일논쟁을마무리짓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단죄의 대상자들이대다수 사망해 법적 청산은 불가능하게 됐지만,대상자들의친일행적을 기록으로 남겨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역사적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현기자 jwh59@
2001-08-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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