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한여름 관객몰이

한국영화 한여름 관객몰이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1-08-03 00:00
수정 2001-08-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영화가에 ‘대박’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지난 3월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제작 시네라인Ⅱ)가 전국관객820만명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운 이후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좋은영화)이 개봉 40일만인 지난 1일 전국 365만명을 끌어모았고,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신씨네)도 개봉 일주일만인 2일 전국 100만명을 돌파했다.미국 할리우드 직배사쪽에서 “한국영화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한숨을 내쉴 정도이다.충무로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가 흥행 노하우를 확실히 감잡았다”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와 ‘신라의 달밤’의 쌍끌이 관객몰이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개봉 이전에 서울관객수 8만1,000명으로 한국영화사상 최다 예매입장권판매 기록을 세운 ‘엽기적인 그녀’는 하루평균 전국관객수가 14만명을 웃돌고 있다.‘신라의 달밤’도 하루평균 4만6,000여명은 꾸준히 들고 있다.한국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맥을못추던 여름휴가철의 ‘통산전적’에 비춰보면,이례적이다.

이들 영화는 코미디 장르에 적당히 로맨스를 곁들였다는공통점을 갖고 있다.신씨네 기획실의 신범수씨는 “한국영화팬에게 코미디는 여전히 다양한 관객층을 두루 섭렵할수 있는 키워드”라면서 “주인공들의 독특한 캐릭터도 시선을 끄는 데 큰몫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엽기적인그녀’에서는 여주인공인 전지현이 자기가 토한 음식을 꾸역꾸역 되삼키는 등 온갖 기행을 벌이는데 이런 ‘엽기’가 N세대의 취향에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엔 발빠르고 치밀한 기획이 전제돼 있다.“작품성보다 기획력”이란 말이 최근 충무로에서 부쩍 힘을 얻고 있다.사회전반에 거세게 불고 있는 ‘복고’(신라의 달밤)나 ‘엽기’(엽기적인 그녀)에 의존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영화의 관객층이 10·20대에서 그이상의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도 흥행성공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된다.‘친구’가 극장으로 끌어들인 중년관객층이 꾸준히 극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와 함께 한국영화의 수준이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영화진흥위원회영화정책연구실 김혜준 실장은 “관객의 눈높이를 정확히파악하고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소재와 장르의 다양화이다.많은 영화인들은따라서 “90년대들어 인기가 뚝 떨어진 홍콩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한탕주의식 기획이 아니라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들도 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수정기자 sjh@
2001-08-03 17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