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음주측정 흔들린다

경찰 음주측정 흔들린다

조현석 기자 기자
입력 2001-07-26 00:00
수정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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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호흡측정기로 음주상태를 측정한 결과에 불복해 혈액채취를 통한 재측정을 요구할 경우 경찰관이 이를 거부하면 호흡측정 결과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경찰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단속에 걸린 음주운전자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앞다퉈 혈액채취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판결을 따르려면 단속중인 경찰은 음주운전자가 혈액채취를 요구할 경우 인근 병원까지 데려가피를 뽑아야 한다”면서 “이같은 요구가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현재 인력으로는 음주단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15만691건중 7,798명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등에 혈액채취를 요구했다.20명당 1명꼴로 혈액채취를 요구한 셈이다.

서울 B경찰서 박모(31)경장은 “올들어 우리 관내에서 적발돼 혈액채취를 요청한 운전자 16명중 14명이 호흡측정때보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서 “이번판결로 호흡측정기가 불신을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운전자들은 음주단속에 걸리면 혈액채취를 요구하겠다는 반응이다.회사원 김모씨(34)는 “법원도호흡측정기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동료는 당시 혈액채취를 요구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부 이모씨(45)는 “음주운전은 타인의 목숨까지위협하는 살인행위”라면서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음주운전 자체에 대해 면죄부를 준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안전정책연구실 이원영(李元榮)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운전면허시험을 볼 때 음주 호흡측정에 동의를 해야 시험을 볼 수 있다”면서 “운전자의 혈액측정 요구는 반드시 들어줘야 겠지만 혈액측정은호흡측정의 보완자료이므로 비용은 개인에게 부담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혈액채취를 요구하면 시간을 끌게 돼혈중알코올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운전자들이 많은데 지연시간만큼 시간당 0.011∼20%의 ‘위드마크공식’(혈중알코올농도 역추산)이 적용돼 도리어 불리해질 수도있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2001-07-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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