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문위원 칼럼] 정부뉴스 강화의 함정

[편집자문위원 칼럼] 정부뉴스 강화의 함정

김정탁 기자
입력 2001-06-19 00:00
업데이트 2001-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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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포지셔닝이라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이론이 있다.

모든 소비자가 아니라 특정 계층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마케팅하는 이론이다.말보로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는 ‘도시의남자 샐러리맨’으로 마케팅 포지셔닝한 담배이다.원래 이담배는 미국으로 넘어오기 전까지는 영국에서 여성전용 담배였다.즉,여성에서 남성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켄트라는담배도 말보로처럼 남성용 담배이지만 비교적 여유 있는 여피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말보로보다 고급스럽게 포지셔닝한 담배이다.

언론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마케팅 이야기를 꺼낸 것은 대한매일신보가 제호를 바꾸면서 포지셔닝이라는 마케팅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신문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정부뉴스 강화라는 측면이 바로 그것이다.정부뉴스를 강화하면 공무원은 물론이고,정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까지도 구독을 선호할 것이다.이는 다른 신문과의 차별화를 통해서 대한매일신보를 특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정부뉴스를 많이 취급하는 것만이 정부뉴스 강화의 전부가 아니다.이론적으로는 정부뉴스를 적게 취급하더라도 정부뉴스를 얼마든지 강화할 수 있다.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만약 정부발표를 아무런 비판 없이 양적으로만많이 보도하는 경우 정부뉴스 강화가 아니라 정부 홍보기관지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이런 점에서 정부뉴스와 정부관련 뉴스는 구분되어야 한다.정부뉴스는 정부 부처에서만발생하는 뉴스이지만,정부관련 뉴스는 정부 부처 말고도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뉴스이다.오히려 정부 부처 밖에서 정부의 일을 보다 정확히 감시하고,나아가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

지난번 의료보험 재정적자 보도만 해도 그렇다.이미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정부는 물론이고,언론도 침묵했다.침묵할수록 적자의 폭이 커졌다는 것이 그 후에 드러났다.만약 제대로 된 언론이었다면 미리 예견하고,대응하는 보도를 했었을 것이다.그리고 대안을 미리 제시까지 할 수 있었다면 가장 바람직한 언론의 자세일 것이다.대한매일신보가 정부뉴스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이런 것일 것이다.

우리 언론은 우리사회에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독자적인취재망을 동원하여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당사자인 정보원 발표에만 의존해서 보도하는경우가 대부분이다.정보원이 정부인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이 경우 권언유착도 문제이지만 관언(官言)유착도문제가 될 수 있다.정부뉴스 강화의 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관언유착의 함정에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빠질 수 있다.대한매일신보에 정부에 대한 비판다운 비판기사가 보이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언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로서 정보원이 구성되어 있다.따라서 이들의주장이나 말을 액면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 기자는 본의 아니게 정보원에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홍보만을 대행해주는 꼴이 된다.이 같은 사실은 우리 언론이 과거에 비해 ‘발행통제’나 ‘보도통제’로부터는 자유로워졌지만 ‘정보원통제’로부터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 정 탁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
2001-06-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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