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인간’ 아버지 납치하다

‘엽기 인간’ 아버지 납치하다

입력 2001-05-11 00:00
수정 200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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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이무영씨가 감독 신고식을 치른다.12일 개봉되는 ‘휴머니스트’(제작 베어엔터테인먼트)는 웃음과 엽기를 얼기설기 한데 엮어놓은 영화다.N세대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엽기에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법 등 시중의 유행코드들은 죄다 끌어안다시피 했다.

주인공 마태오(안재모)의 가족구성부터 ‘엽기’다.먼저 아버지(박영규).겉으로는 신앙심 깊은 군 장성 출신이지만 알고본즉 순난봉꾼.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못말리는 변태 성욕자로 둔갑한다.마태오는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다.도피성해외유학에서 돌아와 어떻게 하면 병역 면제를 받을까 그궁리만 하면서 빈둥댄다.

마태오에게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두 친구가 있다.그들도‘엽기 인간’이다.어릴적 개에게 물려 고자가 돼버린 유글레나(강성진),머리를 다쳐 지능이 멈춰버린 아메바(박상면).음주운전을 하다 경찰관을 죽여 궁지에 몰린 마태오는 아버지를 납치해 돈을 뜯어내기로 친구들과 작당한다.

영화속 등장인물들 중에는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제목에조롱과 야유가 출렁이는 셈이다.

생매장을 하고 도끼로 사람을 찍어죽이기 예사인 이 영화가서너해 전쯤 나왔으면 어땠을까.국내 엽기영화의 문을 열었던 ‘조용한 가족’ 즈음에 나왔더라면 화제가 됐을 수도있다. 그러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이리 꼬고 저리 꼬는 코미디를 너무 많이 봐버린 관객들에게 영화는 빛을 잃는다.얼떨결에 시작된 납치극이 우연을 거듭하며 판을키워가는 전개도 빤히 ‘수’가 읽힌다.박상면 특유의 어벙벙한 표정연기도 더는 새로울 게 없다.패륜,불륜,매춘,지역차별 등 신문 사회면에 단골로 오르는 사회성 짙은 메시지들이 난무한다.하지만 그것들을 영화적 재미로 돌려놓는데는 감독이 요령부득이었다는 느낌이다.

2001-05-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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