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제자리걷는 부산 아시안게임

[편집위원 칼럼] 제자리걷는 부산 아시안게임

윤청석 기자 기자
입력 2001-04-21 00:00
수정 200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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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 과정을 부산에서 촬영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기록적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개봉 열흘만에 관객수가 200만명을 돌파,‘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더니 350만명 동원 축하잔치를 가졌다는소식이다.

‘친구’는 아마도 항도(港都)부산이 가장 아름답게 묘사된 영화로 남을 듯싶다.자갈치시장을 가로지르며 질주하는청춘군상은 묘한 지역정서와 맞물려 더욱 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바다와 하나가 되어 뛰어놀던 유년시절의 묘사는 부산이라는 공간이 영화의 ‘운명적’배경이 되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사계절 영상도시를 꿈꾸는 부산시민들이 기뻐할 일은 또있다.연쇄방화범과 이를 쫓는 소방관의 혈투를 다룬 영화‘리베라메’가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대상과작품상, 최우수 남우상(최민수)을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기때문이다.이 영화도 부산시 산하 부산영상위원회(BFC)가 촬영 장소와 편의를 전폭 지원한 작품이다.이들 작품 말고도‘부산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남녘의화사한 꽃소식과함께 줄줄이 북상 대기중이다.

이처럼 ‘메이드 인 부산’영화가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데비해, 부산아시안게임 준비는 경기장의 공정 부진과 운영비부족, 마케팅사업의 지지부진 등으로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500여일 남짓 앞두고 도처에서 잡음만 들려와 아시안게임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더욱이 월드컵 개최연도와 겹치는 악조건 속에서 치러진다.

이런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조직위원회 한기복 사무총장이 누적돼온 부산시 및 지역 정치권과의 갈등,과도한 업무등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사표를 제출한 채 한달 이상 업무복귀를 거부하고 있다.때마침 김운용 위원장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출마를 선언,아시안게임 업무 추진에 심각한 공백상태가 초래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이끌어갈 선장과 항해사가 한꺼번에 이탈하는 ‘난파선’을 지켜보는 부산시민들이 착잡해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 때문에 조직위의 내·외부 업무가 혼선을 빚어 남북분산 개최,프레대회 등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기념주화발행 등 각종사업도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대회 준비 관계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정부의 미온적 재정지원,그리고 일반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기가극도로 저하돼 있다.대회 직접운영비 2,688억원 중 800억원은 국내외 경기침체 탓으로 충당 방법이 막막하다.정부는월드컵에는 시설비 명목으로 1,800억원을 지원했지만 부산아시안게임에는 겨우 190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특별지원을 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시민모금운동 등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하나 지역사회단체에서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실정이다.이런상태가 계속되면 개최도시 부산의 자존심은 물론 나라 체면도 말이 아닐 게 분명하다.

누구를 탓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아시안게임은 35억 아시아인의 종합축제이자 부산항 개항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대회유치 당시의 감격을 되살려 성공적인 개최로 부산발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어렵사리 꽃피운 ‘시네마 도시’부산의 이미지를 아시아‘친구’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윤청석 위원 bombi4@
2001-04-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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