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이봉주 우승/ 한국마라톤 현주소

보스턴 마라톤 이봉주 우승/ 한국마라톤 현주소

박준석 기자 기자
입력 2001-04-18 00:00
수정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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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의 보스턴대회 우승으로 한국은 또 한번 ‘마라톤한국’의 기개를 떨쳤다.그러나 한편으론 이봉주의 대를이을 뚜렷한 차세대 주자가 없다는 현실도 절감하게 됐다.

한국마라톤은 92년 황영조가 바로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40여년의 암흑기에서 벗어났다.이후 이봉주가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육상계는 차세대주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43개의 실업팀이 있지만 이 가운데 전문마라톤팀은 삼성전자 코오롱 한국전력 등 10개에 선수 50여명이 고작이다.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봉주의 이번 우승은 기적에 가깝다.

이봉주의 대를 이을 선수로는 김이용(상무) 정남균 김제경(이상 삼성) 등이 꼽히고 있으나 기대치는 높지 않다.또 ‘마라톤 대부’ 정봉수감독(코오롱)이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지영준을 조련하고 있지만 아직 풀코스를 한번도 뛰지 않아 검증이 안된 상태다.

어린학생들이 점점 육상을 멀리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이런 현상은 축구 야구 등 프로종목에 밀려 기초종목이 천대받는 국내 스포츠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프로종목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 꿈나무들을 입도선매하고 선수들도 육상보다 프로종목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은 여자선수들에게 특히 심하다.‘힘들고 알아주지도 않는 육상’에 선뜻 입문하려 하지 않아 선수층은눈에 띄게 엷어지고 있다.

팀들도 투자를 꺼린다.‘투자한 만큼 좋은 성적이 나온다’지만 조급한 마음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이봉주가 31세의 나이에 보스턴에서 우승하며 제2의 전성시대를 연 것도 미국 고지대훈련 등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또 다른 이봉주를 키울 만큼의 투자가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게 육상계의 걱정이다.

육상연맹은 “이봉주도 20대 후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시작했기 때문에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는 선수 가운데도 훌륭한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자위하지만 불안감을떨쳐 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마라톤은 오는 8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세계제패에 도전하지만 이봉주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 마라톤이 손기정-서윤복-함기용-황영조-이봉주를 이을 거목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육상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준석기자 pjs@
2001-04-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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