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경제거목 왕회장 정주영씨/ 최종환 삼환기업 명예회장 弔辭

타계한 경제거목 왕회장 정주영씨/ 최종환 삼환기업 명예회장 弔辭

최종환 기자 기자
입력 2001-03-23 00:00
수정 200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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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도 황망히 가셨습니까? 아직도 회장님이 하셔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데 무얼 그리 급히 가셨습니까? 여든 여섯의 춘추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영원한 등불로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기도했는데 이리 가시니 이별의 안타까움과 아픔이 너무도 시리게 느껴집니다.

정주영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대기업의 회장이라기보다는 아주 친숙한 형이요,시골 농부의 인자한 모습으로 늘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회장님께서 계시기에 우리 경제계는 회장님을 중심으로 단합할 수 있었고,언제나 회장님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기를 흠모해마지 않았습니다.

회장님은 참으로 우리 현대사를 빛낸 경제계의 큰 별이셨습니다.지난 50년 동안 우리 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세계의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는 회장님의공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우리 경제가 오일 쇼크로 위기로 치닫고 있던 지난 76년,우리나라 국가예산의 절반을 넘을 만큼 큰 규모의 사업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하여 이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하셨던일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전경련 회장으로 계신 10여년 동안은 특유의 소신과 리더십으로 경제인들의 단합과 경제개발을 이끌어 내셨습니다.

88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유치에 성공하셨습니다.당시 손을 높이 쳐드시며 기뻐하시던 모습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소 떼 방북과 금강산관광 실현으로 남북간 교류의 물꼬를 트고 긴장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셨습니다.평소 회장님의 평화적인 남북통일에 대한 강한 신념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회장님께서 우리 현대사에 남기신 커다란 족적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평생을 분주하게 살아오셨습니다.그것이 타고난 팔자라고 늘 말씀하시곤 했습니다.정열적으로 일 하시는 큰 기업가이면서도 근검 절약하게 생활하시는 모습은 국민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바쁜 일손을 놓으시고 이제야 안식하게 되었건만,이렇게 쉽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회장님을 보내는 우리의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픕니다만,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신 이상우리는 회장님이 편히 쉬시기를 기원합니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못다 하신 일은 우리들의 몫입니다.경제인들은국가경제를 걱정하시던 회장님의 뜻을 고이 받들어 경제재도약에 힘쓰겠습니다.

영생의 안식처에 편히 쉬시고,국가경제 발전과 남북통일을 향한 후배 경제인들의 각오에 무량의 계시를 보내주시옵소서.부디 영면하소서.

최종환(崔鍾煥) 회장은 고인과 함께 황무지나 다름없었던이 땅에 건설업을 일궈냈다.고인을 생시에 형님으로 불렀고 경쟁보다는 국내 건설업계 발전을 위해 늘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정도로 가까웠다.
2001-03-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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