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급증·기업 자금난 ‘발동동’

개인파산 급증·기업 자금난 ‘발동동’

입력 2000-12-08 00:00
수정 200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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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건축 자재를 생산한다는 중소기업체 사장 한상호씨는 7일이렇게 하소연했다.작년까지만 해도 어음할인율이 70%를 유지했지만요즘에는 40% 수준에 불과하다는 한씨는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와 퇴출사태로 대기업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중소기업이 전혀 쓰지 못하고있다고 털어놓았다.

금융시장의 위험회피(Flight to Quality) 경향이 극단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회사채 만기도래는 연말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데 돈 구할 길은 막막하다.대한상공회의소가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 3곳 중 1곳이 4·4분기 들어경영 상태가 더 악화됐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실업자수가 늘면서 ‘개인 파산’도 다시 고개를 드는 조짐이다.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해약에 따른 보험환급금 지급액이 올 초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해약환급금 증가는 가계경제파탄의 대표적인 반영지수다. 법원 주변에는 개인 파산 절차를 묻는전화가 부쩍 늘고 있으며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도 98년 외환 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과 개인의 호주머니가 이처럼 마르고 있는 것은 시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총통화(M2)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7%나 증가했다.올 들어 20∼30%대의 증가를 계속해오고 있다.연세대 하성근(河成根)교수는 “돈의 일방통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 이 돈이 ‘안전한’ 은행으로만 몰리고 있고,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방어에 혈안이 돼 있는 은행들은 이 돈을 위험 가중치가 제로인 국고채에만 투자하고 있다.지난달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국채 거래 비중은 올 초 21%에서 곱절로 늘었다.24%대에 달하던 회사채가 7.4%로 급감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기업들의 주된 자금줄인 ‘회사채’와 ‘CP’(기업어음) 시장이 마비된 지는 오래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도 “실탄(돈)은 있는데 대포(정책수단)가없다”며 뒷짐지고 있다.

김균미 안미현기자 hyun@
2000-12-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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