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태조 왕건’ 궁예결혼식 촬영

KBS1 ‘태조 왕건’ 궁예결혼식 촬영

입력 2000-06-27 00:00
수정 200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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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눌러 쓰고 옷 바로 입으세요.깃발 내렸다가 신호하면 한꺼번에 올리시구요” 스태프의 잔소리가 늘어난다.엑스트라들의 대열과 복장,동선(動線)에서부터 조명,소품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한다.졸고 있던 일부 연기자들도 언제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인다.지난 23일 경북 문경시 용사골 주흘산 자락에 자리잡은 KBS1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토,일 밤9시50분)의 야외 촬영장에서벌어진 궁예와 연화의 결혼식 장면이다.

모두 2만여평 가까운 규모로 지난 2월 준공된 문경 촬영장에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된 고려궁,백제궁 등의 궁궐 및 귀족촌,서민촌 시가지 등 모두96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또 성벽과 돌다리,그리고 조선시대 온돌이 보급되기 이전의 주거양식이었던 일종의 침대식 주거지 ‘뜬 집’등 통일신라말기에서 고려 초기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복원돼 있다.장마를 대비해 하수구도 당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KBS와 문경시가 공동 출자해 7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인 이 촬영장은 KBS가 앞으로 10년간 고려사를다루는 각종 드라마 촬영에 사용한 뒤 문경시에기증할 계획이다.

이날 촬영이 진행된 고려궁 안 중광전(重光殿) 앞에 마련된 혼례식장에서는 장마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100여명의 엑스트라들이 붉은 융단 좌우에 검은색,붉은색의 깃발을 들고 연화(김혜리)가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궁예(김영철)도 중광전 안에서 대신들과 함께 신부를 기다리고 있다.그동안 TV에나올 때 입던 남루한 승복 대신 붉은 색 저고리에 금색 용문양이 군데군데수놓아진 화려한 복장에 금관을 쓰고 금귀걸이까지 달고 있다.안대도 고급가죽으로 바뀌었다.주위의 동료 연기자 들과 잡담을 나누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촬영이 시작되자 금새 카리스마를 되찾는다.한편 옛 애인과 자신이 모시는 왕의 결혼식에서 집사로 일해야 하는 왕건(최수종)은 초췌한 모습으로 중광전 주위를 맴돈다.

곧이어 붉은 색 대례복에 금빛 비녀로 머리를 장식한 연화가 모습을 드러낸다.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다.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연화는 화려한 복장에 어울리지 않게 우울한 얼굴로 차분히 걸음을 옮긴다.20여명의 궁녀들은 저마다 금도끼와 은도끼,등(燈),양털 등 소품을 들고 연화의 뒤를 따른다.

현장 스태프와 감독은 비 때문에 촬영이 중단될까 가슴을 졸이면서도 완벽한 모습을 찍기 위해 숱한 NG를 마다하지 않는다. 궁예는 훗날 연화와 부하인왕건이 정혼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주위에서 자신을 농락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한다.결국 궁예는 미치광이가 되고 연화를 자기 손으로 죽인 뒤 자신도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이날 촬영분은 궁예가 몰락하는시초가 되는 셈이다.이날 촬영된 장면들은 다음달 8일 29회때 방영된다.

장택동기자 taecks@
2000-0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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