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영화배급업계 비리‘메스’

복마전 영화배급업계 비리‘메스’

입력 1999-08-05 00:00
수정 1999-08-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복마전으로 일컬어지는 영화 배급업계에 당국의 메스가 가해지고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경기·강원지역의 배급을 맡은 J영화배급사J모사장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의 세무조사는 지금껏 전례가 거의 없던 일로 영화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J사는 배급업계에서 매출 수위를 달리는 메이저 회사로 매출외형을 누락시켜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회사는 그동안 대리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장과 회사이름을 바꾸는 방법으로 조사를 피해오다 이번에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계에 따르면 이번 세무조사는 외형상으로는 탈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탈세와 함께 고질적인 표돌리기 등 부조리를 파헤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배급사의 세무조사는 영화진흥공사가 해체되고 새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한지 2개월여만에 빚어진 일이어서 영화계의 새로운 질서를 짜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영화계는 그동안 현안으로 배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통합전산망 구축을강조해왔으나 일부 배급업자 등의 반대에 부딪혀 일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계에는 수십년 묵은 표돌리기 등의 수익 빼돌리기 및 탈세 등이 활개를 쳐,국내외에서 국내 영화산업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표돌리기란배급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불법행위로, 관객이 극장입구에서 낸 입장권을 찢지 않고 갖고 있다 다시 새표처럼 관객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100장의 입장권을 발매할 경우 입장권을 찢으면 100장이 수익으로 잡히지만 이를 찢지 않고 갖고 있다 되팔면 그만큼 음성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표돌리기는 미국 등이 우리 영화계의 투명성을 불신하는 여러 요인중 하나가 되고 있다.미국은 스크린쿼터 유지 운동과 관련,우리측이 제시하는 관객수와 흥행수입 등을 믿지 않고 있다.한마디로 우리 통계의 부정확성은 한미간의 스크린쿼터 협상을 어렵게 하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배급업계는 서울 부산 등 직배가 이뤄지는 대도시를 빼고 경기강원과충청권,호남권,경남권,경북권 등 5개권역으로 나뉘어 있다.이들 권역별로 3∼4곳씩 메이저 배급사들이 있으며 이들은 다시 지방 소규모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영화를 나눠주고 있다.지난해에는 전국 507개 극장에서 모두 348편의 영화가 개봉돼 관객수 5,017만명,흥행수입 2,584억원에 이르지만 이는 ‘공식집계’일뿐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르는 현실이다.

한 관계자는 “영화제작사가 파악한 입장권 판매량과 배급업자가 제시하는것이 서로 크게 다르지만 너무나 해묵은 불법행위인데다 다음 영화개봉 때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부 업자의 배를 불려주는 현행 배급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꿔야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있다”고 강조했다.

박재범기자 jaebum@
1999-08-05 15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