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리처著‘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조지 리처著‘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입력 1999-06-14 00:00
수정 199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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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리퍼(Sleeper)에서 주인공 우디 앨런은 미래로 바뀐 세계에서 잠을깨자 맥도날드와 마주친다.영화 속의 맥도날드는 현실 세계에서도 현대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일상생활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조지 리처 메릴랜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서 현대사회의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를 경고한다.맥도날드화는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점의 규격화·편리성·효율성 등의 원리가 사회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과정과 그것이 초래하는 불합리성을 말한다.리처교수는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의 합리화 이론을 바탕으로 맥도날드화의 불합리성과 비인간화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맥도날드의 성공은 ▲수요·공급자 모두에게 유용한 효율성 ▲비용과 시간의 계산가능성 ▲제품과 서비스가 동일하다는 예측가능성 ▲무인기술에 의한 인간통제라는 매혹적인 ‘합리화’ 특성 때문이라고 리처 교수는 말한다.

맥도날드의 원리는 패스트후드업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교육·스포츠·정치·종교·의료 뿐만아니라 섹스·죽음에까지 적용되고 있다.그러나 형식적인 합리화는 내면적으로 불합리화와 비인간화를 가져온다.모스크바 시민들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기 위해 길게 줄서 있는 것은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는 불합리화의 한 모델이다.베버는 합리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지나친 합리적 제도가 빈틈없는 그물망이 되어 결국 인간들은 ‘합리성의 쇠감옥’에 갇히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한다.합리화(맥도날드화)의 가장 섬뜩한 공포는 유대인 대학살이다.유대인 학살에는효율성 등 맥도날드화의 특성이 모두 갖춰져 있다고 리처 교수는 말한다.

맥도날드화의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효율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맥도날드화는 위협이 아니라 ‘열반’이다.리처 교수는 맥도날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맥도날드화에서 인간을 해방시킬 명쾌한현실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시유시 출판사 김종덕 옮김 1만2,000원이창순기자

1999-06-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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