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볼쇼이 발레단

[외언내언] 볼쇼이 발레단

이세기 기자
입력 1999-06-02 00:00
업데이트 1999-06-02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볼쇼이 발레단의 인기는 팽이처럼 돌아가는 필루에트,한 다리로 서는 ‘쉬라 포엥트’의 모든 기교가 빈틈없이 완벽한데다 드라마틱한 작풍과 민족적인 색채 등이 볼거리인 디베르티스망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지난 88올림픽때 볼쇼이 발레단이 처음 서울에 오자 발레팬들은 한동안 들떴으나 그것은 정단체가 아닌 타단체에 속한 15명의 혼성팀에 불과했다. 음악도 오케스트라의 생음악이 아니었고 공연은 단순한 맛보기 무대였으나 볼쇼이 발레단 내한자체만으로 우리는 세계와 맞닿은 듯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

대한매일신보사는 오는 11월,창간 95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볼쇼이 발레단 230여명 전원을 초청하는 대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볼쇼이 발레단 전원이한국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러시아·몽골방문 성과에 대한 수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볼쇼이 발레단의 서울공연은 “러시아와 한국문화의 교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볼쇼이’를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다. 오랜 전통과 각고의 훈련으로정제된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을 얼마든지 배출해왔고 동작 하나하나를 살아움직이게 만드는 예술성 높은 음악 등은 ‘세계 최고’로 꼽는데 손색이 있을 수 없다. ‘볼쇼이 발레(Bolshoi Ballet)’란 본래 러시아어로 ‘큰 발레단’이란 뜻이다. 1780년 페트로프스키극장의 발레단으로 발족,219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속에서 그들이 걸어온 길은 고난도의 발레기교 만큼이나 영욕으로얼룩져 있다. 제정 러시아의 황제들과 옛소련 지도자들의 지배와 후원을 받았으며 소련붕괴 이후에는 정부 보조금이 끊기는 바람에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고 세계의 언론들은 ‘표현의 자유는 얻었지만 공연의 기회는 잃을 것 같다’는 우려의 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러시아정부의 ‘볼쇼이 되살리기’ 정책으로 지난 30여년간 발레단을 카리스마로 지배해왔던 유리 그리고로비치감독을 사임시키는가 하면 지난 96년에는 긴 침체에서 벗어나 비야체슬라프고르디에프 새 감독의 ‘마지막 탱고’로 대변신의 면모를 보였다.

지금도 볼쇼이 발레단만의 분방한 기교와 완벽주의는 ‘러시아문화의 자존심’을 상징하는데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리우스 페티바,알렉산더 고르스키 등 천재적 안무가들의 불후의 명작인 ‘백조의 호수’에서 ‘지젤’로 이어지는 수많은 주옥편은 세계의 발레광(狂)들을 경도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는 가을(11월 2·3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올려질 화려한 볼쇼이 발레단 갈라공연은 과연 세계 최정상의 예술과 맞닿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러 문화교류 활성화와 함께 양국간 ‘문화협력의좋은 상징’이 되기를 기원한다.

1999-06-02 7면
많이 본 뉴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려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중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책은 무엇일까요?
고령자 실기 적성검사 도입 
면허증 자진 반납제도 강화
고령자 안전교육 강화
운행시간 등 조건부 면허 도입
고령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