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三雄칼럼] 북한, 白凡자료 협력을

[金三雄칼럼] 북한, 白凡자료 협력을

김삼웅 기자
입력 1999-05-11 00:00
업데이트 1999-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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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白凡)김구(金九)선생 사후 50년만에 남북한의 추모행사 관련 논의는만시지탄이지만 퍽 다행한 일이다.북한이 지난달 30일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를 통해 평양에서 ‘김구선생 회고모임’을 갖자고 제의한 것을 한국의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7일 김구선생 추모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수정제의했다.

이수성(李壽成)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회장은 백범의 묘소와 유가족,비서진 대부분이 생존한 서울에서 추모모임을 갖는 것이 고유의 전통으로 봐도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수정제의 배경을 밝혔다.

우리는 민족 지도자 백범 50주기를 앞두고 남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을 높이평가하면서 양측이 민족지도자를 추앙하는 대승적 입장으로 기일인 6월26일에는 반드시 성사되기를 바란다.아울러 북한당국에 한가지 협력을 제의하고자 한다.다름아닌 백범 관련자료다.

대한매일신보사는 ‘백범김구선생전집편찬위원회’와 함께 백범전집 출간을 준비중이다.국내 자료는 물론 중국·대만·미국·일본에 산일되고 묻혀있는 각종 자료를수집하여 12권짜리 전집을 발간한다.

그동안 남북한에서는 친일파들을 포함하여 각급 인사들의 각종 전집이 출간되었다.반면에 젊어서는 반봉건·반외세투쟁,청장년 시절에는 항일독립전쟁,노후에는 통일정부수립운동에 헌신하다가 비명에 가신 20세기 한민족의 대표적 지도자요 국민의 정신적 지주인 백범의 전집이 아직까지 발간되지 못한것은 남북한이 함께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연유에서 백범과 연고가 각별한 대한매일신보사가 전집을 준비중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백범전집은 실국(失國)시대와 독립운동과 해방과 분단과정에서 항상 의롭고 정도를 걸은 민족지도자의 삶의 궤적을 집대성하는 것은 물론 민족의 근현대 정신사를 정리하는 의미가 새롭다.따라서 이번에 편찬되는 전집에는 백범과 관련되는 모든 자료가 망라돼야 한다.그런데 임시정부와 관련된 많은 자료가 6·25한국전쟁 과정에서 분실되고 그 중 상당 부분이 북한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다.

경위를 살펴보면 이렇다.임시정부가 환국할 당시 임정문서의 책임자는 임정 국무위원을 지낸 조경한(趙擎韓)선생이었다.그의 증언에 따르면 1945년 11월 중국 중경(重慶)으로부터 귀국할 때 큰 가죽가방 13개에 임시정부 문서와 임시의정원자료를 간추려 가지고 귀국했다.그 다음해까지는 경교장(백범자택)에 두었으나 정국이 불안해 관계자들의 집으로 자주 옮겼다고 한다.그러다가 임정비서처 서무위원회 용도과장이던 조남직(趙南稷)씨의 집에 맡겨졌다는 것이다.

6·25 때 조씨가 납북되고 그의 부인이 문서들은 모두 타버리고 없다고 했지만,조경한 선생은 보관된 창고나 집에 불탄 흔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미루어 전란통에 북한으로 옮겨졌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 증언이 아니라도 북한에는 백범과 임정 관련의 상당한 자료가 보관돼 있을 터이다.북한 당국은 이 기회에 이들 자료(복사본이라도)를 백범전집편찬위원회에 넘겨서 전집발간에 협력했으면 싶다.

백범은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정도냐 사도냐가 문제”라고 가르쳤다.오늘 남북한이 크게는 민족문제 해결에서 작게는 백범추모모임문제에있어서 이같은 정신으로 접근한다면 쉽게 풀리지 않을까 한다.

북쪽에서 태어나 제3국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남쪽에서 숨진 인물,분단과정에서 그는 남쪽을 택했고 지금 효창원에 잠들어 계시다.그의 추모모임이 북쪽에서 열리면 어떻고 남쪽에서 개최되면 어떤가.장소가 타협이 안되면판문점에서 열어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여(혹은 소급하여) 민족이 함께 존경하는 인물의 추모모임이 50주기에는 꼭 열려야 한다는 겨레의 소망이다.그에 앞서 북한당국이 백범의 자료를 보내주어 완결된 전집을 놓고 남북의 관계자들이 해주의 생가(터)와 서울 효창원 묘소를 교환 방문하면서 그를 추모하고 그의나라사랑 정신과 통일정부수립의 의지를 이었으면 한다. 50주기와 20세기가 저물기 전에.
1999-05-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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