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기 칼럼]‘쉬리’ 성공과 한국영화산업

[이세기 칼럼]‘쉬리’ 성공과 한국영화산업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9-05-07 00:00
수정 1999-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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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을 능가하는 한편의 영화는 어떤 명작소설보다 호소력이 강하다.색채의 마술과 배우의 연기, 음향과 기술의 의외성이 함축되어 감동의 열기를 배가시킨다.지난 30년대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를 장악한후 영화는 인간의 위안이자 오락의 기능을 만족시키고 있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요리와 같을수 없으며 치밀한 사전계획과 탄탄한 대본,실력있는 감독과 자본과 마케팅이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성공여부를 점치게 된다.그리고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성공한 우리 영화가 ‘쉬리’다.물론 ‘쉬리’보다 더 좋은 영화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영화 ‘쉬리’는 영화가 동원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속에서 정부의 햇볕정책까지 조성되어 승부를 걸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관객도 한국 영화사상서울에서만 230여만명,전국적으로 540만명을 동원했고 지금도 계속 기록을경신하고 있다.또 전세계 40여개국에다 650만달러(78억원)어치를 팔았다.

우리 영화는 어느덧 8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국내시장의일부를 차지하는데 만족하고 있을뿐 앞으로의 문화산업 발전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왜냐하면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의 영상사업 정리,스크린쿼터제 축소논란,일본영화개방 등의 변화로 인해 한국 영화의 장래는 더욱불투명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한국영화산업은 지난 60년대 호황을 누린 적이 있으나 98년 입장객수는 5,029만명,입장수입도 약 2,500억원을 웃도는 정도다.

다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수요증가와 경제활성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2005년에는 현재보다 50% 증가한 관객수와 경상가격기준의 입장수입 6,500억원 정도가 예측된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있다.그러나 이 역시 일본의98년 입장객 1억5,000만명이나 미국이 ‘타이타닉’한편으로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까마득하기만 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영화 ‘쉬리’의 성공비결을 기업경영에도 적용할수 있다고 내다본다.성공적인 기업경영을 위해 철저한 기획과 함께 프로와시스템 결합,네트워킹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그리고 21세기 문화산업시대를 맞아 각종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갖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는 ‘MORE’의 전략으로 영화시장의 규모를 확대시키는 반면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전략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행되었을 때 우리의 영화산업은 돌파구를 찾을수 있다는 것이다.어쨌든 ‘쉬리’ 한편으로영화계에서 대히트를 지칭하는 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Blockbuster)시대 도래를 예고하고 ‘쉬리’보다 못한 영화를 발붙일 수 없게 만든 것은 이 영화의 공적으로 돌릴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현재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세계의 어느 누가보아도 기상천외한 재미와 자극과 긴장감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한번 맛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의 늪과도 같은 위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우리는 하나의 영화가 성공하면 너도나도 비슷한 아류를 만들어 모든 것을 망치는 영화풍토가 문제다.돈으로 누비는 영화도 있지만 영화만의 다양한 가능성과 특성을 내세워 질로 승부하는 영화도 있다.

그야말로 영화는 영화만의 힘과 특징으로 서비스나 공산품보다 세계시장을공략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지금부터 시작이다.시작이 좋아야만 끝이 좋은 법이다.한편의 영화가 한 나라의 영화수준을 끌어올리고 영화의 중흥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말은 있을 수 있다.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할 수 없도록 우리만의 전략과끈질긴 창조력으로 ‘쉬리’가 일궈낸 열기를 중흥으로 이어가기를 바란다.
1999-05-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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