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이상적인 미래로 찬사를 받고 있는 ‘제3의 길’이 우리나라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영국의 석학 앤서니 기든스 교수의 최근 저서 ‘제3의길’이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제3의 길’(한상진·박찬욱 서울대교수 옮김)은 출판 6주만에 약 5만부나 팔렸다고 이책을 출판한 ‘생각의 나무’의 박광성 대표는 말한다.교보문고와 을지서적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제3의 길’이나 ‘문명의 충돌’ 등 사회과학서적이 많이 팔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아니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박 대표는 지적한다.80년대·90년대초 갈브레이드의 ‘불확실성의 시대’와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등의 사회과학책이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끈 이후 처음있는 현상이다. 제3의 길은 블레어 영국총리가 기든스의 이론을 현실정치의 정책으로 채택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유럽을 휩쓸고 있는 제3의 길은 좌·우노선의 중간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사회주의 경직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있다.사회주의 실험의 실패와 자본주의 문제점이 드러난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많은 지식인들은 21세기 새로운 세계질서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도 정권교체와 재벌개혁등 전환의 와중에서 제3의 길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것같다.박찬욱 교수는 “권위주의가 무너진 한국사회에서 기든스의 제3의 길에서 ‘한국적 제3의 길’의 모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같다”고 분석한다. 기든스 이론이 한국의 미래에도 이상적인 모델이 될 지는 미지수다.유럽과한국은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그러나 소모적인 이념대립과 고질적인 사회적 갈등구조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한상진·박찬욱 교수는 ‘옮긴이의 말’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말한다.“우리사회의 젊고 개혁적인 세력이 크게 성장했다.이들의 발전역량을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조직화해서 정치·경제·사회발전의 에너지로 투입시키는데 제3의 길이 있다는 생각도 가능하다.李昌淳
1999-01-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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