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이제 세계로 뜬다/100% 외국어 대사로 진행

한국 영화 이제 세계로 뜬다/100% 외국어 대사로 진행

입력 1998-11-26 00:00
수정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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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시네마’ ‘투 타이어드 투 다이’ 해외배급 겨냥 제작/한국·외국 유명배우 캐스팅/신선한 기획… 각국서 호평

“어,이거 진짜 한국영화 맞아?” 28일 개봉하는 ‘가족시네마’와 ‘투 타이어드 투 다이’는 관객이 한번쯤 이런 의구심을 가질 만한 영화다.

감독,제작자,투자자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에선 분명 한국영화지만,영화 자체로만 보면 국적을 가늠하기 힘들다. 100% 외국어 대사로 진행돼 자막에 의존해야 하고 거의 전부 외국배우가 출연하기 때문. 전세계 배급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이같은 영화는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생경하겠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도가 먹혀드는 것이다.

박철수 감독의 ‘가족시네마’는 정부의 일본문화개방 발표가 없었다면 연내 개봉이 어려웠을 작품.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유씨의 친동생 유애리,작가 양석일,이사야마 히로꼬,마츠다 이치호 등이 출연했다.

국내 첫 상영되는 일본어 영화라는 이유로 주목받지만 정작 박감독은 “일본어,일본배우가 출연한다는 것보다 한국자본과 한국감독이 만든 영화라는걸 강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시류에 영합하는 발빠른 영화가 아니라 일본시장을 개척할 한국영화의 대안으로 보아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일본은 정말 욕심낼 만한 시장이며 모든 일본인에게 꼭 내 영화를 보게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소니,닛카츠 등 일본 메이저배급사 4곳과 40만달러선에서 판권 얘기가 오가고,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지난주 개인시사후 관심을 표명해 해외시장 전망이 밝다.

진원석 감독의‘투 타이어드 투 다이(Too Tired To Die)’는 국내 개봉에 앞서 해외 판권만으로 130만달러의 순제작비를 모두 회수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큰 시장을 제외한 판권 판매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

특히 지난 8월 일본에서는 한 극장에서만 개봉하고도 첫주에 1,000만엔의 수익을 올렸으며,이에 힘입어 내년 1월까지 35군데로 개봉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30만달러의 판권비외에 총수익이 이 액수를 넘을경우 이익을 절반씩 나눠갖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다.

‘투 타이어드 투 다이’는 무엇보다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뉴욕에 거주하는 진감독은 데뷔작에서 김혜수와 홍콩배우 금성무,미국의 미라 소르비노 등 세 나라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저력을 발휘했다. “종래의 감독들처럼 국적과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영화를 만드는 풍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것이 여러나라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다.

신선한 기획과 한발 앞선 제작방식으로 해외진출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준 두편의 한국영화가 과연 국내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런지 기대된다.<李順女 coral@daehanmaeil.com>
1998-11-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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