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새 언론/李孝成 성균관대 교수·언론학(대한광장)

새 시대의 새 언론/李孝成 성균관대 교수·언론학(대한광장)

이효성 기자 기자
입력 1998-11-12 00:00
수정 1998-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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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같은 이치로 새 시대는 새 언론을 필요로 한다. 새 언론은 굳이 새로 창간된 언론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의 언론이라 하더라도 새 시대에 맡게 새로운 정신으로 다시 태어나면 새 언론이 된다. 우리 언론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과거의 잘못되거나 바람직하지 않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거품경제 속에서 자만하다가 경제위기에 빠져서야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잘못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전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속에서는 과거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조차 어렵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경제위기와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이 요구에 응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더 그래야 한다.

○낡은 사고방식 버려야

언론은 우리 국민들이 이 경제난국을 그리고 정보화와 세계화의 시대가 될 새로운 세기를 제대로 헤쳐가기 위해서 낡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도록 촉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언론 자신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부터 먼저 반성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거듭나야 한다.

우리 언론은 이제 무엇보다 소수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일반이익의 대변자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은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복지에 투철해지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우리 언론은 공공의 이익이나 국민의 복지는 소홀히 하면서 독재권력에 아부하고 재벌을 비호하고 기득권을 옹호했다. 이제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커지고 사회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정권이나 재벌이나 기득권과 같은 소수의 특수이익을 옹호하는 언론은 공공의 신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공공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공공을 선도할 수도 없다. 공공이라는 다수의 일반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언론의 올바른 자세이고,그래야 공공의 신뢰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언론은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 언론은 또한 편협하고 낡은 이념의 족쇄에서 벗어나 다원주의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물론 공산주의는 배격해야 한다. 그러나 공산권이 몰락하고 북한이 쇠잔해진 오늘날에도 여전히 좌우의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젖어 편협한 이념의 잣대로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모조리 좌익으로 재단하여 매도하는 파시즘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도 배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다양성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21세기의 정보사회를 헤쳐나가기도,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달성도 어렵다.

○공익·국민복지 추구를

언론은 남북통일을 이루고 우리 민족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편협한 이념의 굴레를 벗고 다양성과 반대의견을 포용하는 관용과 화해의 정신을 전파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언론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이런점에서 항일구국의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의 후신이기도 한 ‘서울신문’이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꾸고 재탄생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한매일은 과거 서울신문이 권위주의 정권을대변했던 저간의 굴종과 오욕의 역사를 반성하고,대한매일신보의 구국활동과 독립정신을 계승하면서 공공이익,국민복지,민족화합,21세기 선도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제 새롭게 태어난 대한매일은 다짐으로써만이 아니라 실제 기사와 논설로써 이를 실천해야 한다. 대한매일의 출범을 축하하며 다짐의 실천을 기대한다.
1998-11-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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