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감찰/공직사회 떨고 있다

암행감찰/공직사회 떨고 있다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8-07-21 00:00
수정 1998-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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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땐 퇴출 1순위” 긴장 분위기 확산

과천 경제부처의 암행감찰은 더욱 공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이권과 관련된 업무가 많은 만큼 감찰 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복무자세와 관련해 ‘해서는 안될 사항’으로 무려 27개 항목을 열거해 놓았다.워낙 ‘그물’이 촘촘해 웬만해서는 빠져 나가기가 힘들 정도다.안마시술소나 증기탕 출입은 물론 숙취를 핑계로 사우나에 가서도 안된다.가계가 어렵다고 부업을 하는 것도 곤란하다.한가하다고 근무시간에 PC로 게임을 하거나 음란사이트를 들여다 봤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점심때 낮술이 과해서도 안된다.

산업자원부는 감사관실 직원 10여명이 이달 초부터 아예 출퇴근을 ‘현장’에서 한다.240여개에 이르는 산하 기관,단체가 이들의 주요 ‘출입처’다. ○○국 아무개가 어디에서 누굴 만났는지,누구는 언제 어디를 찾아갔는지 등등 ‘뒤’를 캐고(?)있다.

건설교통부도 감찰반 18명을 2개팀 6개조로 나눠 본부와 소속기관,산하단체 등에 대한 집중적인 감찰활동에 나섰다.건교부는 특히 20일 국장급 인사를 통해 개혁성향이 강한 池光植 전 물류심의관(51)을 감사관에 임명,감찰활동의 강도를 한껏 높였다.‘복지부동’‘무사안일’‘불평불만’‘냉소주의’등 4대 악(惡)뿐 아니라 기준을 무시한 인·허가행위,멋대로 기준을 변경하거나 해석하는 행위 등을 중점 가려낼 방침이다.민원인을 오래 세워놓고 제 일만 보는 불친절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정부가 이처럼 바짝 ‘군기잡기’에 나서자 과천 공무원들은 ‘숨도 못 쉬겠다”고 푸념이다.그러나 이들이 정작 긴장하는 것은 당장의 감찰활동 보다 앞으로의 ‘퇴출 가능성’이다.정부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살생부’에 이름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한 경제부처 감사관은 “이번 감찰활동은 단순히 지엽적인 근태를 파악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 조직에 불필요한 인물을 가려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해 공무원 감축작업과 무관치 않음을 시사했다.때문에 사소한 행동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조직인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평가에 감찰활동의 무게가 두어지리라는 것이다.이감사관은 “때문에 감찰활동을 핑계로 복지부동하거나 무사안일주의로 나가는 것이 진짜 감찰대상”이라며 “각 공무원들은 평소대로 소신껏 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陳璟鎬 朴希駿 기자 kyoungho@seoul.co.kr>
1998-07-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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