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나들이/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문화재 나들이/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8-04-30 00:00
수정 1998-04-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박물관장을 역임한 어느 고고학자의 회고다.그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무하던 시절 KAL 007편이 소련 미사일에 격추된 사고가 일어났다.마침 박물관은 한국 문화재의 유럽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이었다.KAL 참사 소식을 듣고 그 고고학자와 소식을 전한 박물관 직원이 맨 처음 나눈 대화는 엉뚱했다.“우리 문화재가 탄 비행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는 것이었다.“나중에야 유족들이 생각 났습니다.269명이 죽은 엄청난 사고였는데….그 KAL 사고에서는 나도 죄인입니다”

문화재의 해외 나들이는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일이다.국보(國寶)급 유물들이 조금이라도 손상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그래서 한 비행기에 모두 실을 수 있는 분량이라도 두 비행기에 나누어 싣는다.유물의 종류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나누어 포장한다.이를테면 도자기가 2개 나간다면 한개는 이 비행기,또 한개는 저 비행기에 싣도록 하는 것이다.KAL 사고가 났을때 바로 한 비행기는 떠나고 다른 비행기가 떠날 참이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 개관기념전시회(6월7일∼99년 1월24일)에 선보이기 위해 우리 문화재 121점이 미국에 보내질 예정이다.그 가운데는 국보 9점,보물 24점이 포함돼 있어 지난 79년 미국 순회전시회를 가졌던 ‘한국미술 5천년전’(334점) 이후 최대 규모의 문화재 나들이다.기원전 4천∼3천년전에 제작된 빗살무늬토기부터 조선조 후기 회화(繪畵)의 대표작인 단원(檀園) 풍속도첩까지 각 시대별로 엄선한 이 문화재는 비행기 3대에 나누어 공수(空輸)된다.‘한국미술 5천년전’ 당시 보험 평가액이 1천5백만달러 였던데 비해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지불 보증한 보험액수가 1억2천만 달러(약 1천5백60억원)에 이른다해서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보험액수가 아무리 많아도 손상된 문화재는 원상복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부담률이 높은 문화재 해외나들이는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실제로 대규모 문화재의 해외나들이는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적도 있다.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 문화재를 감상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 개관기념전도 메트 소장품 중심이 되도록 하면서 시기적으로 보완할 것만 도와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어쨌거나 이번에 나들이하는 귀중한 우리 문화재가 무사히 전시를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1998-04-30 4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최근 연금개혁청년행동이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관련해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여론조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래 재정 안정을 우선시하는 ‘재정안정론’, 연금 수급액 확대를 중점으로 한 ‘소득보장론’, 그외에 ‘국민연금 폐지’ 등 3가지 안을 제안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재정안정론
소득보장론
국민연금 폐지
모르겠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