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풍 탈피 내실 다지기 주력을/’98미술계 전문가 전망

서구풍 탈피 내실 다지기 주력을/’98미술계 전문가 전망

김성호 기자 기자
입력 1998-01-13 00:00
수정 1998-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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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의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미술계는 올해가 그어느 때보다도 위기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인사동과 청담동 등 화랑·고미술가에서는 썰렁한 분위기에서 이 위기가 얼마만큼 계속될지,또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머리를 짜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그러면 그 대안은 어떤 것일까.미술계의 대체적인 의견들은 역시 안으로의 개혁을 통한 내실 다지기다.서구풍 일색에서 탈피해 우리 것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찾기를 재도약의 기틀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들이다.미술계 각 분야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최만린 국립현대미술관장/국가기관으로서 위상 재정립 총력

국내 미술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 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위상 재정립에 총력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국가기관으로서의 내실 다지기에 사업계획의 1차적인 목표를 두고 해외전시 국내유치와 우리 미술의 해외전도 반드시 우리 미술창달에 필요한 것만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전시의 측면보다는 유행에 밀려 그동안 소홀했던 우리 문화의 재인식을 강화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된다.밑바탕부터 다시 다진다는 각오아래 미술관이나 화랑·작가 등 전체 미술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회장/자정운동 통해 토대 다지기에 충실

새해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미술시장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낀다.고미술품의 경우 거의 거래가 단절된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시책과 보조를 맞춰야 하겠지만 고미술계 내부적인 자정 움직임을 살려나갈 계획이다.우선 협회 기구차원에서의 긴축을 모범적으로 선도해 다른 회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면서 고미술계의 병폐인 신뢰감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몇몇 관계자들의 욕심으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우리 고미술계의 근본적인 신용회복이 위기 극복의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위축돼선 안된다는 생각아래 효과적인 자정운동을 통한 토대 다지기에 충실할 방침이다.

◎석철주 한국화가 추계예술대 교수/유행에 편승한 작가태도 탈피해야

작가 측면에서 볼 때 본질적인 위상정립에 힘써야 할 때라고 본다.작가들이 일방적인 유행과 흐름에 편승한 방황을 거듭해왔던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물론 우리 미술계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파행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창작의 주체인 작가가 책임을 절감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화에서 수묵화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볼 때 지난 70년대 한국화단에서 수묵화가 인기를 끌었지만 80년대 들어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은 작가들의 노력부족이 큰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새로운 것에 대한 모색과 작가의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서구적인 흐름에 치우쳤던 분위기를 탈피해 우리 것에 대한 실속있는 천착이 방법일 수도 있다.행정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대표/소품전등 개최 미술인 저변확대를

우리 미술계 구조상 화랑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고 본다.대다수의 화랑 입장에서무리한 계획유보를 포함해 외국작가의 국내 유치전은 사실상 상당수 취소될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안이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본다.뒷전에 물러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우선 화랑속으로의 대중유입을 생각해야 한다.외국처럼 미술계의 진행을 관리할 수 있는 미술관 제도가 정착돼 있지않은 국내 실정상 화랑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고 본다.소규모 소품전이나 기획전을 통해 미술인 저변확대를 이끌어가면서 화랑들 자체의 뼈를 깎는 고통감수가 불가피할 것이다.호당가격제 철폐나 원로·선배작가 위주의 작품가 설정 등 구조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경미 국제화랑 디렉터/전시유치·취소 신중히 판단하길

국가 신인도의 하락을 문화쪽에서 피부로 느낀다.그동안 외국화가들의 국내 유치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현 상황에서 해외 전시 성사가 이전보다 훨씬더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들이 몇배 더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국가 차원에서도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 전시취소나 유치보다는 우리 미술계를 다질수 있는 충분한 점검과 사전조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우리 미술계 구조측면에서는 전시도 실질적인 내실을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할 것이다.젊은 작가들의 단순한 경력쌓기 차원도 배제돼야 한다.

수년간 미술계 불황이 계속돼온 만큼 작품가격의 거품빼기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석원 한국미술협회이사장/미술품 거래 등 투명성 살리기 기대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상황이 열악한 만큼 ‘돈안드는 변화 만들기’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미술품 거래에 있어서 매매가 힘들어질 것이 뻔한만큼 사회가 어려울 때 예술혼이 더욱 빛난다는 정신이 부각될 수 있다고 본다.우선 방만한 미술구조가 개편돼야 할 것이고 서울과 지방간의 차별을 줄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여기에다 미술품 거래 등 그동안 미술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투명성 살리기도 어느정도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작가·화랑·컬렉터들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합리적인 유통질서 마련에 모든 관계자가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미협 차원에서 작가별 성향분석과 작품가격 정리,선명한 유통질서의 확립을 선도한다는 계획아래 실무기구를 편성할 방침이다.<김성호 기자>
1998-0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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