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국새/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이세기 기자
입력 1998-01-13 00:00
업데이트 1998-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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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왕조 말기때 무장 조민수의 창왕을 옹립하자는 의견과 이성계의 왕씨일족 중 왕을 세우자는 주장이 엇갈려 공민왕의 정비 안씨에게 옥새를 맡기자 안씨는 창으로 하여금 왕위를 물려받게 했다. 엊그제 방영된 ‘용의눈물’에 보면 태종이 양녕대군에게 양위를 한다면서 옥새를 세자궁에 갖다놓는 대목이 나온다. 태종의 나이 마흔살에 양녕대군은 14살로 전위의 의사나 명분이 없었으나 왕권을 강화하고 반왕세력을 제거하는 계기로 활용한 것이다. 옥새는 바로 왕위를 이어받는 한 절차다.

설문해자는 ‘인은 집정을 하는데 필요한 신’이라고 쓰고 있다. 고려·조선시대에는 새보·어보라고 해서 국왕의 권위와 전통성을 상징하여 왕위계승에서 전국의 징표로 전수되었다. 영조때는 국새 종류가 다양해져서 왕이 서적을 반포·하사할 때는 선사지기, 왕이 지은 글에는 규장지보, 각신의 교지에 쓰는 준철지보가 있었고 명덕지보 광운지보 등등으로 사용되었다. 고종에 이르러 이전의 국새를 모두 폐지하고 대조선국보·칙명지보 등으로 쓰다가 49년 새로운 국새가 마련되면서 대한민국지새를 만들었다. 이 국새는 예술적 측면에서 ‘법도가 엄정한 인장’으로 예술계에서 인정되었다.

이번 대통령직인수위가 공개한 국새는 지난 70년에 만들어진 한글전서체다. 그러나 사방 7㎝ 정방형 인형에 써넣은 ‘대한민국’ 서체는 문외한이 보아도 조잡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이로인해 지난 95년 한글학자·서예가들이 예술적 조형성을 거론하여 ‘금석기와 문자향이 서린 예술적 품격을 갖춘 새 국새’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천명을 이어받은 임금처럼 국새 이양의 삼엄한 절차를 밟지는 않더라도 국새는 여전히 주요 국가문서에 날인되는 국권의 상징이다. 이름없는 인장집에서 막도장처럼 새겨진 것은 ‘집정을 하는데 필요한 믿음’에 어딘지 성의가 없어보일 수도 있겠다.

1998-01-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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