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심계유목도’의 여인들(한국인의 얼굴:123)

신윤복 ‘심계유목도’의 여인들(한국인의 얼굴:123)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7-12-12 00:00
수정 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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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서 목욕 즐기는 모습 담아/원색옷차림 애로틱하게 묘사

조선 후기의 화가 혜원 신윤복은 풍속화를 대담하게 마무리지었다.그래서 유교적 도덕사회라는 시대상황을 무시한 그의 그림에서는 진한 에로티즘이 뿜어 나온다.혜원은 좀처럼 바깥에 드러내기를 꺼렸던 여러 짓거리를 화폭에 담아냈다.여인네들이 속내로 즐기는 여속이나 남녀간의 색정을 즐겨 묘사한 그는 당대의 이단이 분명했다.

그의 속화 ‘심계유목도’는 지극히 컬러풀한 수작이다.국보135호인 이 작품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했다.화제대로 깊은 계곡에서 목물을 즐기는 여인들을 앞세운 그림이다.그래서 ‘심계유목도’라는 화제가 붙었으나 그네를 타는 여인과 목물 뒤에 머리를 손질하는 여인들이 등장한다.여인들이 모이는데를 부러 찾아나선 도붓장사 아주머니와 여인들만의 세상을 훔쳐보는 동자승까지 끼어들었다.

그네에 오르는 여인을 보면 계절은 단오무렵이 분명하다.다홍치마와 노란 삼호장저고리 차림의 여인은 그네에 오르느라 속곳 가랑이를 다 드러냈다.원색에 가까운 옷차림과흰색 속곳이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목물을 하는 여인네들 보다 먼저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옛 사람들은 다홍빛깔 자체를 에로틱한 색채로 보았다.특히 남정네들의 젊음을 자극하는 색깔로 여긴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그림의 포인트는 저고리를 벗어 젖히고 허벅지를 내놓은 물가의 여인네들이다.맨 위쪽 여인은 홑치마를 훌떡 걷어올려 볼기짝이 다 보인다.그래도 대수롭지 않다는 투의 여인은 목물 따위는 뒷전에 두고 시선을 멀리돌렸다.풍만한 젖무덤 한쌍이 허연 뱃살과 함께 치마말기 위로 튀어 나왔으나 그 또한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체면치레를 겁내지 않는 몸짓이나 뱃살이 오른 것으로 미루어 이 여인을 낫살이나 제법 든 퇴기쯤으로 보는이들도 있다.그런데 아직은 여인네 몸매에 탄력이 붙었다.가느다란 눈매에 코가 오뚝하고 유엽미의 눈썹이 또렸하다.그리고 붉게 물든 작은 입을 토라진듯 다물었다.한껏 멋을 부려 머리에는 다리를 얹었다.

여인의 얼굴은 제법 반반하여 몇몇 한량들의 애간장을 태웠을 법도 하다.가는 붓을 쓴 세필이라서 몸매가 뚜렸한 여인은 뱃집 말고는 탈잡을 데가 없다.그만하면 조선시대 미녀였을 것이다.

그 아래쪽 세 여인은 쪼그리거나 털석 주저않아 마주하고 있다.눈을 감은채 얼굴을 닦는 여인,머리에 얹은 다리 가체를 매만지는 여인,팔뚝을 닦는 여인 등 물을 즐기는 꼴이 제각각이다.<황규호 기자>
1997-12-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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