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영화 세계시장서 사라지나

불 영화 세계시장서 사라지나

김병헌 기자 기자
입력 1997-10-15 00:00
수정 199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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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보루 일서도 할리우드산에 밀려 퇴조/작년 48편에 관객 68만뿐… 95년비 32% 줄어/불 영화관계자 “영화관 보다 TV·비디오시장 노려야”

프랑스 영화는 완전히 세계영화시장에서 사라질 것인가.

프랑스영화가 해외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였던 일본에서마저 미국영화에 밀리고 있다.프랑스영화계는 “이러다간 세계 영화시장에서 프랑스영화가 완전히 사라지는게 아닌가”하는 위기의식으로 가득차 있다.

일본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스위스,캐나다 퀘벡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프랑스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국가로 프랑스 영화의 전통을 이어오는데 한몫을 했다.매년 상영영화횟수도 40여편에 달했다.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관객수가 줄고 영화수입배급업자들도 프랑스영화를 외면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일본에서 상영된 프랑스 영화는 모두 48편이었지만 관람객은 지난 95년의 1백만명에서 68만5천명으로 크게 줄었다.영어로 번역돼 상영된 뤽 베송 감독의 ‘레옹’이 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7편의영화가 끌어온 관객은 모두 합해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여왕마고’,‘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등을 수입,배급한 일본 에이스픽처스사의 카요 요시다 사장은 “1억3천만명 인구의 일본에 영화관이 1천70여개에 불과하고 영화팬 대부분이 도쿄에 집중돼 있어 영화산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프랑스 영화의 고전은 미국영화에 관객들을 점차 뺏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영화관람객의 60%를 미국영화가 쓸어가고 있고 30%는 국내영화가 끌어가 프랑스 영화가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일본에서 개봉되는 프랑스 영화의 편당 상영관은 평균 5개,하지만 관객수가 5만명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장 폴 라프노 감독의 ‘지붕위의 기병’은 도쿄의 한 곳을 포함,전국에서 모두 11곳의 영화관에 올려졌으나 6만명도 들지 않았다.앙드레 테치네 감독의 ‘도둑들’은 두곳의 영화관에서 상영됐지만 겨우 1만여명만이 관람,크게 망신을 당했다.

그런데도 프랑스영화의 수입단가는 몇년전보다 크게 올라 수입배급업자들의 외면을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3년전 편당 평균 57만프랑(8천9백만원)이던 수입가격은 지금은 2∼3배에 이르고 있다.알랭 베르리네 감독의 ‘장미빛 인생’의 경우 올해 무려 2백30만프랑(3억5천9백만원)에 수입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일본전역에 110개의 새 영화관이 문을 열어 일본영화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프랑스영화 부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이들중 상당수가 ‘토호’나 ‘쇼치쿠’ 등 일본의 거대영화기업과 ‘워너’ 등 미국영화기업들이 투자해 만든 대형영화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영화가 일본에서 살아남는 길은 영화관에서의 흥행보다 안정적이고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없는 TV나 비디오 시장쪽을 노리는 것밖에 없다는게 프랑스영화업계의 분석이다.그러나 이도 여의치 않다.일본 TV방송사의 편성에서 영화프로그램은 보통 110분,미국영화의 길이는 짧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프랑스영화는 이를 훨씬 넘는 것이다.시간에 맞추어 잘라내기에도 프랑스영화의 속성상 미국영화보다 힘들다는게 일본영화 관계자들의지적이다.<파리=김병헌 특파원>
1997-10-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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