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피습(외언내언)

경찰관 피습(외언내언)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7-09-09 00:00
수정 1997-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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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에게는 거짓말 같겠지만 우는 아이도 “순사가 잡으러 온다!”면 그치던 시대가 우리에게는 있었다.칼차고 금줄 걸린 제복입고 식민지 백성을 엄하게 다스리기 위해 군림하며 출발한 것이 이땅의 근대경찰이다.제국주의 일본의 ‘힘’의 상징이었던 그들은 부당하게 힘이 강한 적대세력이었다.그런 순경에게 대드는 것은 독립운동의 일환이었다.

요즈음 서울시청앞 네거리를 지나다 보면 분수대 주변에 차를 세워놓고 정복 경찰관과 마주서서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운전자를 보는 일이 적지 않다.택시를 세워놓고 시비를 벌이는 거칠고 사나운 운전자도 있고 더러는 아주 잘나보이는 시민도 있다.의경들이 거리에서 교통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은 요즈음 순진해보이는 청년경찰관이 학생처럼 주눅들어 항의하는 민간인의 위협을 묵묵히 당하고 있는 일도 많다.

독립국가가 되어서도 여러 시대를 겪느라고 경찰은 여전히 적대세력이라는 정서가 바뀌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것이 이런 모습을 만든 것같아 유감스럽다.경찰관쯤 우습게 여기고 도심광장에서 삿대질을 하며 덤벼드는 시민이 예사롭다는 일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만취객이 파출소에 와서 도끼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리다가 그것도 모자라 근무중인 경찰관의 총을 뺏겠다고 날뛰는 것을 지나던 행인의 도움까지 받고서야 붙잡을수 있었고 검문을 받던 10대가 근무중인 경찰관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일도 생겼다.이런 일련의 일들이 경찰력의 평가 절하를 뜻하는 것같아 우울하다.경찰관이 피습당하는 것은 우리의 치안이 피습당하는 일이다.교통질서를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삿대질하는 것이나 10대 우범청소년이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것이나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항의를 해도 경찰의 권위를 흠집내서는 안된다.그럴 때마다 우리자신의 보호기제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 자신이 신뢰를 회복하고 권위의 복원이 이뤄져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그러나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 잔유물처럼 시민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공권력에 대한 부정적 심정이 먼저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송정숙 본사고문>

1997-09-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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