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경쟁력 높이자/차동세 KDI원장(시론)

금융산업 경쟁력 높이자/차동세 KDI원장(시론)

차동세 기자 기자
입력 1997-03-25 00:00
수정 199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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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삼미 등 대기업의 잇달은 부도로 우리 경제에 위기감이 팽배해가고 있다.자금시장은 급속도로 경색되어 가고 있고,신뢰의 대상이 되어야 할 금융기관은 불신과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최근의 부도사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당해기업과 금융기관에 있다.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는 우리 금융의 현실과,평소에는 담보대출에만 의존한다고 금융기관을 비난하다가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담보도 부족한데 대출해 주었다고 매도하는 여론도 금융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라 하겠다.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금융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금융을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지금 금융개혁위원회에서는 진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는 다음 다섯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통화관리체계의 개선이다.우선 통화관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통화가치의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이라는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지금은 실질적으로 한국은행과 재경원이 공동으로 통화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으나,향후 통화관리의 책임은 한국은행이 전담하도록 하여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최종목표를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러나 금융감독은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의 확대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완전히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또한 통화관리의 방식에 있어서도,직접규제방식에서 탈피,간접통화관리체제를 시급히 정착시켜야 한다.여신규제 등을 통한 직접통화관리가 금융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가장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둘째,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이다.이른바 「주인있는」 금융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일차적 사명으로 생각하여야 하며,정치권·정부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이와 함께 정부는 인사·예산·조직 등 금융기관 경영에 관한 권한을 금융기관에 돌려주어야 한다.

○통화관리 한은으로 일원화

세째,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부실자산 규모는 금융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금융기관 자체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부실자산의 누적은 금융기관의 경영 실책에도 책임이 없지 않으나,경제개발정책의 부작용과 정부의 지나친 간섭에 더 큰 책이미 있다 하겠다.그러므로 이 문제는 금융만의 책임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재정부담이 어렵다면 한은 특융을 통해서라도 금융기관이 부실자산으로 인한 신용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넷째,경쟁촉진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이다.이를 위해서는 진입제한 철폐,업무 영역 확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여러 구실을 내세워 제한되고 있는 신규진입을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되,진입요건의 투명성 및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또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별로 핵심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대하여서는 상호 진출을 허용함으로써 경쟁을 통한 서비스 경쟁력강화를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다만 무분별한 외형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자본충실도 규제 등 건전경영을 위한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부실자산 해결 신용회복을

마지막으로,금융저축의 증대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저축은 투자의 재원으로 국민경제의 생산능력을 확충함으로써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다.최근 경제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자금부족 문제나 고금리 문제,국제수지 적자의 외채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축 증대가 최우선 과제이다.금융세제의 보완을 통해 저축의욕을 제고하고,기업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저축해 둔 돈을 안심하고 생산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금융산업은 국가경쟁의 자금순환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다.금융산업을 위기에서 구하는 일은 바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1997-03-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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