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화백자 낚시동자(한국인의 얼굴:93)

조선 청화백자 낚시동자(한국인의 얼굴:93)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1-25 00:00
수정 1997-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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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머리 옷자란 개구장이 낚시꾼/붕어입질에 긴장한 모습 귀여워

조선시대의 대표적 도자기는 백자다.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나기까지의 시기인 조선 전기에는 분청사기가 백자와 자리를 함께 했다.분청사기는 고려청자 전통 위에 조선의 취향으로 재창조되어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그러는 사이 백자에는 짙은 하늘색을 띤 새로운 빛깔의 무늬가 등장했다.바로 청화백자다.

조선의 청화백자는 국초를 얼마만큼 비켜나서 세상에 나왔다.그 시기를 세종때인 15세기 전반이 저물 무렵으로 보고 있다.청화무늬를 그리는 물감은 중국에서 들여온 안료 코발트였다.청화를 백자에 올리는 기법 역시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그러나 모방에 그치지 않았다.조선의 감각이 함초롬한 새로운 도자문화를 개척했다.조선 청화백자의 느낌은 맑은 날 파란 하늘과 새하얀 뭉게구름 같은 것이었다.

청화백자는 15세기이후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다.처음에는 그릇 전체를 무늬로 가득 채웠다.그러다 간결한 회화필치의 그림을 그릇에 그리면서 여백을 남겼다.더러는 청화로 사람과 풍경이들어간 그림을 그렸다.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청화백자조어 떡메병이 그런 그릇이다.18세기 전반 작품인데,떡메처럼 생긴 높이 25.4㎝ 병에 낚시질하는 동자그림이 들어가 있다.

동자는 아직 떠꺼머리도 못 땋아내렸다.생머리가 그냥 웃자랐다.나이 어린 개구쟁이꼴이지만 귀엽게 생겼다.물고기가 벌써 입질을 했는가,잔뜩 긴장한 표정이다.그 사이를 놓칠세라 고기가 무는 쪽으르 허리를 좀 굽힌 동자는 눈을 화등잔만하게 떴다.그래서 붕어주둥이마냥 동그랗게 오므린 입보다 눈이 더 켜졌다.통통한 볼과 모나지 않은 코에서도 애티가 풍기는 동자다.

동자의 낚시는 이골이 나서 대나무 긴 낚싯대를 한손으로 잡았다.그래도 고기가 덥썩 물리면 자칫 한손으로만 낚아채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소년은 그 일을 거들어줄 요량으로 왼손을 미리 안쪽으로 끌어들여놓았다.저고리가 가로거쳐 섶을 잔뜩 여미고,바지가랑이는 종아리가 드러나게 강똥 걷어올렸다.낚시꾼 흉낸 제법 다 냈다.그렇다고 대단한 낚시꾼도 아닐 텐데,고기를 담아갈 삼베망태까지 허리춤에 찼다.

이 청화백자는 그릇 생김새로 보아 틀잡힌 가마에서 구워낸 것이 분명하다.사옹원 아래 분원같은데서 만들었을 것이다.그림은 도화서 화원 솜씨다.<황규호 기자>
1997-0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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