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들의 전쟁(외언내언)

술들의 전쟁(외언내언)

입력 1994-12-24 00:00
수정 199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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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싸움이 한창이다.주류회사들의 판매경쟁이 치열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특히 올해에는 유별난 구석이 많다.싸움을 하는 술의 종류도 맥주 소주 양주 등으로 다양해서 가히 주전투구의 모습이다.

이처럼 많은 품목에 걸쳐 경쟁이 불붙듯하는 것은 폭탄주를 즐기는 음주문화에서도 적잖이 비롯된다는 그럴듯한 풀이도 있다.즉 독한 술과 순한 술을 섞는 이른바 폭탄주제조의 상호보완성 때문에 한가지 술에서 판촉활동이 강화되면 그 영향이 연쇄적으로 다른 술에 파급된다는 얘기다.

맥주의 경우 지하암반수를 둘러싼 수질논쟁이 해당메이커들을 법정에까지 끌어들였고 열세에 놓인 듯한 회사에선 신제품을 선보이며 사활을 건 시장확보전에 나서고 있다.맥주 메이커들의 싸움은 감정적인 격돌의 양상으로 번져서 마침내는 국세청이 중재에 나서는 일까지 있었다.

대중주의 왕좌를 차지하는 소주는 신제품들이 잇따라 출고되면서 각축전이 심화되고 있으며 대기업들의 지방시장 공략으로 지방의 군소업체들이 주정배정제도의 부활을 촉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주세법 개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그러나 국회에서도 이 개정안의 위헌논란이 거세게 일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양주도 조니워커·시버스리걸등 왕년에 명성깨나 날리던 외국술들이 파격적으로 값을 내림으로써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이러한 술들의 전쟁에 따른 광고선전과 경품판매등 판촉활동강화 경향은 술소비를 크게 부채질했고 각종 숙취해소 음료들이 덩달아 잘 팔리게 됐다.국세청 통계로도 올해 우리 국민들은 지난해보다 한사람당 평균 20병씩 더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해서인지 술자리가 많아진 듯한 망년회 시즌이다.

그러나 조심할 일이다.「바카스(술의 신)는 넵튠(바다의 신)보다 더 많은 인간을 익사시켰다」는 경구도 있으니까.
1994-12-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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