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부가정(외언내언)

편부가정(외언내언)

입력 1994-05-22 00:00
수정 199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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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란 미국영화가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지난 80년 아카데미상 5개부문을 휩쓴 이 영화는 이혼한 부부의 자녀 양육권을 둘러 싼 분쟁을 다룬 것.영화의 줄거리는 부성과 모성의 대결이었지만 당시 화제가 된 것은 아내없이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비애와 뜨거운 부성애였다.

이 영화의 아버지로 출연한 더스틴 호프만은 부성이 모성에 못지 않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그도 처음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렇듯 가정보다는 직장과 사회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았던 아버지.그러나 아내가 집을 떠난후 홀로 아들을 키우며 어머니 노릇까지 해내느라 온갖 소동을 겪고 결국 직장에서 쫓겨나는 위기에 처한다.그럼에도 그는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기지 않기위해 눈물겨운 법정투쟁을 벌인다.

아버지를 뜻하는 한자의 「부」는 오른 손에 돌도끼를 든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중국의 문학자였던 곽말약이 풀이한 바 있다.아버지는 돌도끼를 들고 사냥하는 사람,즉 힘의 상징이라는 것이다.「엄부자모」라는말도 있듯이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다르고 그 두 역할이 공존해야만 바람직한 자녀교육이 이루어진다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지금 가정해체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통계청의 「가정현황」보고서에 의하면 92년 현재 부부 7쌍중 1쌍이 이혼하고 있다.이혼 사별 미혼등의 이유로 배우자가 없는 가구도 80년 17.5%에서 90년 21.3%로 늘었다.

이혼한후 홀로 아들을 키우던 아버지가 10살 난 아들이 『심부름 시킨 돈으로 전자오락실을 가는등 말을 안 듣는다』고 마구 때리고 감금한 혐의로 구속됐다.

잘못된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의한 가정폭력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정의 해체에서 비롯된 비극이다.영화속의 호프만과 달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편부·편모와 그 아래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안타깝다.올해는 가정의 해이고 5월은 가정의 달인데….
1994-05-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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