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의 검은 대륙/종족분쟁에 끝없는 내전…

유혈의 검은 대륙/종족분쟁에 끝없는 내전…

김재순 기자 기자
입력 1994-04-10 00:00
수정 199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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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앞둔 남아공/흑·백 분리자치주의자 “선거불참” 저항/흑·흑 갈등에 1만5천명 정치폭력 희생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과연 소수 백인통치의 역사를 털어버리고 흑·백 공존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낼 것인가.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실시될 예정인 남아공 사상 최초의 흑·백 다인종 총선에서 3백50년간 계속돼온 소수 백인통치에 종지부를 찍을수 있을 것인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여론조사결과 넬슨 만델라가 주도하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지율이 한결같이 60%를 넘고있어 순조롭게 총선이 이뤄질 경우 ANC의 집권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그러나 정국불안의 불씨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있어 남아공 총선정국은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48년 현 국민당 집권이후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로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인종차별정책을 채택,전체인구의 13.6%에 불과한 소수 백인들이 75.2%에 달하는 흑인들을 지배하는 기형적인 정치체제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지난 89년 인종차별정책의 대표적 인물인 피터 보타 대통령이 물러나고 현재의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남아공 정정은 급변했다.90년 2월에는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27년간 수감생활을 하던 넬슨 만델라가 석방됐고 이어 33개 흑인저항단체들이 합법화 됐다.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만델라를 흑인의 공식대표로 인정하고 91년 12월 남아공 26개 흑백 정당대표들의 모임인 「민주남아공회의」(CODESA)를 구성,93년 7월엔 흑인의 참정권을 인정하는 새 헌법을 제정하고 다인종 총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이와함께 총선을 관장할 과도행정평의회(TEC)를 출범시키고 과도헌법안에 대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소수 백인통치 종식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갔다.

TEC는 흑·백인 정당대표들이 참여하며 정부 결정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구로 흑인들은 TEC에 참여함으로써 남아공 사상 최초로 정치에 참여할수 있게된 셈이다.

과도헌법안은 양원제와 대통령 간선제를 채택했으며 4개주와 보푸타츠와나·트란스케이·시스케이·벤다등 4개 흑인자치국을 포함한 10개 홈랜드(흑인거주지구)로 이뤄진 현재의 행정구역을 해체,새로 9개의주로 재편하도록 규정했다.

본래 흑인거주지구는 남아공 전체 영토의 13%에 불과한 불모지로 전체 흑인의 75%를 거주시키고 참정권을 박탈하는 대신 자치권을 부여함으로써 흑인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같은 행정구역 재편은 한편으로 백인들만의 자치국가를 건설하려는 백인 보수세력과 흑인 분리자치주의 세력들의 저항을 가져왔다.백인우익단체의 연합체인 「아프리카너 국민전선」(AVF),최대 흑인부족인 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IFP),흑인자치국인 보푸타츠와나등이 지난해 7월 연방제 실시에 맞서 자치권 확보를 위해 「자유동맹」을 결성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7일에는 보푸타츠와나 흑인자치정부가 갑자기 총선불참을 선언,총선 참여를 요구하고 ANC를 지지하는 흑인들의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이 과정에서 백인 우익무장세력 5천여명이 루카스 망고페 보푸타츠와나 자치국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폭동현장에 진입,한때 보푸타츠와나 경찰과 충돌하는 위기상황을 빚기도 했다.

보푸타츠와나 자치정부는 이 폭동의 후유증으로 무너지고 자유동맹 내부의 분열이 초래했다.보푸타츠와나와 AVF의 일부 세력이 총선불참 대열에서 이탈하고 현재는 단지 줄루족의 인카타 자유당과 신나치주의 백인단체인 「아프리카너 저항운동」(AWB)등 자유동맹내 일부세력들만이 총선불참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AWB는 1만여명에 달하는 자체 무장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총선정국의 무시못할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 지도자 망고수투 부텔레지는 여전히 최후의 한사람까지 싸울것을 주장하며 총선불참을 분명히 하고있다.

다른쪽에서는 줄루족의 족장인 굿윌 즈웰레티니가 지난달 줄루족 독립을 선포함으로써 총선정국을 긴장으로 몰고갔다.또 지난 6일에는 줄루족 거점인 나탈주와 콰즐루 홈랜드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줄루족 2만5천여명이 창과 도끼등을 들고 독립국가건설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따라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만델라 ANC의장은 줄루족을 총선에 참여시키기 위한 회담을 잇따라 열었으나 현재까지는 타협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는 상태다.

「남아공의 고르바초프」로 일컬어지는 데 클레르크 대통령 등장이후 만델라가 석방되고 흑인단체가 합법화된 뒤에도 지금까지 정치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1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그중 절반이상은 ANC와 인카타 자유당 지지자들간 흑·흑갈등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정국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과거 정권의 일부분을 담당해 온 남아공내 백인들이 속속 국외로 빠져나가는등 행정공백현상도 두드러지고 있어 총선전은 물론 이후에도 남아공은 쉽게 평정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김재순기자>

◎첫 자유총선 어떻게 될까/만델라 첫 흑인대통령 확실/ANC,전체의석 65%이상 차지할듯/새정부 과도연정성격… 99년까지 존속

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IFP)등 일부정파가 선거참여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9일 남아공정부와 최대 정치세력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일단 「힘에 의한 총선강행」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3백50년 남아공 역사상 처음인 이번 다인종 자유총선은 지난해 12월 현 남아공정부와 25개 정파가 도출해 낸 새헌법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관심의 초점인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제헌의회에서 부통령과 함께 간선으로 선출된다.부통령은 하원에서 80석 즉 20%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들이 후보를 지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오는 26일부터 3일간 실시되는 총선에서는 지방의회의원도 함께 선출되며 지방의회가 구성되는대로 자체 행정부를 조직토록 돼 있다.

새로 구성되는 중앙정부는 오는 99년까지 존속하는「과도연정」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이후에는 지방정부가 상당부분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 미국식 연방제를 채택하고 백인거주지역의 자치권을 인정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지 유력일간지인「선데이 타임스」의 여론조사는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가 흑인유권자의 세(전체의 75.2%)를 몰아 전체의석의 3분의2가 넘는 65%를 차지,압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집권 국민당은 16%,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과 백인 극우정당들은 기껏해야 2.5%정도의 의석을 차지하게 될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의회에서 선출토록 돼 있는 대통령직은 자연스레 만델라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이나 정작 만델라는 『국민화합차원에서 대통령은 비ANC출신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나탈주와 콰줄루자치지구를 활동무대로 한 줄루족의 인카타 자유당(IFP)과 극우백인 보수세력들.이들은 소위「자유동맹」을 결성,흑·백 양쪽으로 분리된 자치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5백50만명의 줄루족을 대표하는 IFP의 당수 망고수투 부텔레지는 아직도 소요를 지휘해가며 느슨한 연방제형태의 분리자치주의를 고수,선거불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남아공 공산당(SACP),범아주회의(PAC)등도 선거를 반대하는 흑인강경세력가운데 하나이다.백인 극우세력 가운데는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아프리카너 저항운동」(AWB)이 있는데 이 단체는 1만명의 자체 무장병력으로 각종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26개 정파가 망라된 과도행정평의회(TEC)가 주관하고 세계1백60여개국에서 파견된 참관인들이 행정감독과 지원을 펴게 된다.<유민기자>

◎“킬링필드” 르완다/민간인 수천명 인접국가로 줄이어 탈출/수도 키갈리 병원마다 참혹한 시체더미

○…종족분쟁 재연 3일째를 맞은 8일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는 생지옥을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의 모습을 연출.이곳에서의 살인행위는 대부분 투치족과의 권력분배를 거부한 르완다정부군 및 대통령경호원들이 저지르고 있다고.

반군세력인 르완다애국전선(RPF)지도자 폴 카가메는 『키갈리는 어떠한 정부나 권위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 무정부상태다.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질서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돌에 맞아 죽기도

○…키갈리에서 활동중인 국제적십자사 간부 필립 게일라드씨는 한 병원에서만 연고자를 찾는 시체가 공시장에 4백구 가량 포개져 있었으며 또 이보다 많은 시체들은 장소부족 때문에 병원 앞에 짚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 밝히고 총·칼·심지어 돌에 맞아 죽은 남녀 민간인과 군인의 시체들이 뒤섞여 있었다고 설명.

○…현지 유엔관리들과 외교관들은 아가테 우윌링이마나 르완다총리와 공보장관등 3명의 각료,6∼7명의 지도층 인사,약 20명의 성직자,수십명의 구호요원들이 정부군에 살해됐고 우윌링이마나총리를 경호했던 벨기에출신의 유엔평화유지군요원 10여명도 고문을 받은 뒤 피살됐다고 전했다.이에따라 50명의 정부고위관리들이 현지 프랑스대사관에 몸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대가 저질러”

○…이같은 살륙행위는 대부분 약 7백여명의 대통령경호대원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고.르완다의 다수종족으로 군을 장악하고 있는 후투주 중에서도 강경파인 이들은 투치주에 대한 양보에 반대하고 있는데 투치주뿐만 아니라 후투주 온건파들까지 무차별 살해하고 있다.일부 외교관들은 이들이 후투주내의 다른 온건파들에게 대통령직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

○“반역자 체포 주력”

○…르완다 군사령부는 이날 르완다 라디오방송을 통해 이들 경호대원들을 겨냥,『성난 병사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수치스런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들 반역자들을 반드시 체포하겠다』고 다짐.그러나 대부분 투치주으로 구성된 RPF 지도자들은 이날 정부군의 폭력을 규탄하면서 질서회복을 위한 군사공격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했다.

○…테오게네 루다싱와 RPF사무총장은 이날 RPF 사령부가 있는 우간다 접경 무린디에서 『위기국면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질서회복조치 시급

○…르완다의 종족대립은 수도 키갈리에서 남부지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국제자선의료단체인 「국경없는 의사」(MSF)가 8일 밝혔다.이 단체는 후투족이 투치족 원주민을 위협하는 부타레 지역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MSF는 의사와 구호봉사자 62명을 이같은 상황 때문에 이웃 부룬디로 소개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의료진과 의료장비 10t을 르완다 수도로 투입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르완다인 수천명이 8일 내전을 피해 탄자니아로 탈출했다고 국제구호위원회(IRC)가 밝혔다.IRC는 4천명이 탄자니아로 탈출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응가라로모여들 것으로 전망했다.탄자니아의 IRC 직원은 약 15만명이 응가라로 올 것으로 본부에 보고했다.한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르완다 및 부룬디인 약 5천명이 자이르로 피신해 왔다고 전했다.
1994-04-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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