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사막화(외언내언)

서울의 사막화(외언내언)

입력 1993-12-31 00:00
수정 199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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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속에 그림같은 집이 들어선다.집이 점점 늘어나 마을이 되고 도시가 되면서 숲이 사라진다.숲이 사라지면서 땅은 물을 저장하지 못하고 결국 황량한 사막이 되고 만다.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이 보여준 도시화의 자연환경 파괴 모습이다.단순한 그림과 도표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해서 고대 도시들이 사막이 됐음을 상당히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화면구성이 단순한 만큼 더욱 충격적이기도 했다.

어제 아침 신문들에 실린 서울과 수도권의 인공위성사진(컴퓨터합성)은 그 프로그램을 상기시키면서 현실적인 공포감을 안겨준다.인공위성이 찍은 지난 79년의 서울사진과 91년의 서울사진을 비교해 보면 서울의 산림 즉 녹색땅이 줄어들고 시가지인 붉은색땅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지난 12년 사이 시가지 면적이 53.9%(1백36.7㎦) 늘어난 반면 농경지와 산림지는 58.7%와 36.7%씩 줄어든 것이다.

이 인공위성 사진이 아니어도 우리는 이미 서울의 황폐화를 알려주는 수치와 징후들을 가지고 있다.그린벨트를 제외한 서울시 전녹지의 10%인 2백26만평이 불과 4년 사이에 사라졌다.우리의 도시녹지 총량은 미국의 13분의 1수준이고 공원면적은 런던의 7분의1 정도이다.외국인은 물론 외국에서 오래 머물다 온 한국인도 서울에 첫 발을 내디딘후 한동안은 피부과를 비롯한 병원신세를 져야 하고 의사는 그들에게 공해병이란 진단을 내린다.

앞으로 10년후 서울의 인공위성사진은 한줌의 녹색땅마저 사라진 붉은 사막의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른다.이미 지구 전체의 사막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터여서 더욱 걱정스럽다.지난 20년동안 세계적으로 2억㏊의 삼림이 사라졌고 중국의 전체 경작면적보다 넓은 크기의 토지가 사막으로 변했다.농경및 산림지대 감소는 서울 주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닐 것이다.부산·대구·대전등 대도시 주변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걱정이다.

1993-12-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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