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지도자 지리노프스키 성향/극단적 민족주의 「합리」로 치장

극우지도자 지리노프스키 성향/극단적 민족주의 「합리」로 치장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12-16 00:00
수정 199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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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비판” 호언불구 향후행보 관심

지리노프스키는 과연 서방언론들이 경악하듯 극단의 위험한 파시스트인가.아니면 25%에 달하는 러시아유권자들이 선택한대로 러시아를 구할 유일한 대안의 인물인가.

선거운동기간 중 그가 「내뱉은 말」들을 종합해보면 그는 분명 러시아가 처한 모든 어려움을 외국의 탓으로 돌리는 외국인 혐오주의자,러시아민족주의자이다.하지만 제1당의 위치를 확고히 굳힌 지금 그는 이와는 반대로 온건,합리주의자로 대접받고 싶어한다.그는 승세를 굳힌 14일 하오 모스크바시내 슬라비안스카야호텔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한때 얼룩무늬 군복에 수류탄을 주렁주렁 달고다니던 모습과는 달리 이날 그는 검은정장에 턱시도차림으로 세계언론앞에 섰다.그리고는 거의 전시간을 자신은 파시스트,반유태주의자,외국인 혐오주의자가 아님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러시아의 영토확장,러시아군의 해외파병에 반대하며 발트3국 주둔군의 철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국내정치에서도 자신은 제1야당으로서 건전한 비판과정책대안 제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파시스트라는 것은 선거에 진 세력들이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바로 이날 아침 언론들은 전날 그가 독일과 일본에 대해 원폭투하 운운한 말들을 대서특필하고 있다.그는 독일 NDR­TV와의 회견에서 『내가 크렘린에 들어서면』 러시아내정에 간섭하는 독일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독일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혹은 체르노빌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그리고 『일본도 마찬가지 꼴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거기간중 그는 발트3국을 포함,카자흐,그루지야등 구소련영토,나아가 핀란드,알래스카까지 되찾겠다고 호언했다.반서방 구호와 러시아자존심의 회복을 내걸고 생활고에 찌든 유권자들의 불만을 대리충족시켰다.『외국인 장사치들이 우리 딸들을 희롱하고 우리 자원을 뽑아내가고 있다.옐친은 우리 경제를 송두리째 미국에 팔아치우고 있다』고 외쳤다.많은 러시아인들은 그의 연설이 황당하지만 통쾌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조차 지금 자기들이 찍은 표의 결과에 놀라고있다.물론 러시아는 이제 강력한 대통령제의 헌법을 갖게됐고 국정이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12-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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