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고맙지만 모두 반송”(청와대)

“선물 고맙지만 모두 반송”(청와대)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3-08-28 00:00
수정 199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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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총무비서실은 김영삼대통령에게 전해달라는 선물을 되돌려 보내는 일에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다.국민의 정성어린 선물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실입구의 면회실앞에 서 있으면 용달차로 싣고 온 선물을 받으라는 시민과,다시 가져가라는 총무비서실 사람들 사이의 승강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노태우·전두환 두 전직대통령이 감사원질문에 대한 해명을 발표한 26일 낮 12시.면회실 앞에서는 대한투자자문에 근무한다는 임모씨가 가로 2.5m,세로 1.5m짜리 대형서예액자를 용달차에 싣고와 총무비서실 직원들과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청와대에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은 농민에서 회사원,무명시민에서 유명 예술가까지 다양하다.내용물도 곶감·김치에서부터 김으로 된 병풍에 이르기까지 작은 백화점을 차려도 될 만큼 골고루 들어온다.그러나 이들 선물은 모두 반환되고 만다.청와대는 물건 구경만 하고 되돌려 보내는 반송료만 부담하는 셈.

반송할 때는 박관용비서실장이나 홍인길총무수석의,감사의 뜻과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는 사연을 적은 서한이 동봉되고 있다.서한이라 해봐야 별것 아니다.『누구에게도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정성스런 호의를 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내용이다.

마산의 이필두씨는 곶감 두상자를 청와대에 보냈다가 되돌려졌다.제주도 애월읍의 김승호씨는 유채꿀을,충북 청원의 오창농협은 4㎏짜리 쌀 한 부대와 김치 한포를 보냈었다.

이런 농산물외에 뇌물성 같아 보이는 선물도 더러 있다.이런게 접수되면 청와대는 되돌려 보냈다는 영수증등을 좀더 정확하게 챙겨 보관한다.

서울 인사동에서 화랑을 경영하는 이모씨(여)는 도금이긴 하지만 10폭이 넘는 대형 금병풍을 보내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었다.호남의 저명한 서예가 권모씨는 「국리민복」이라고 쓴 휘호를 김대통령에게 선물했다가 역시 되돌려지는 낭패를 당했다.권씨는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해 보낸것이다.내 생애에 작품을 선물로 주었다가 되돌려 받는 수모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서운해했다고 한다.

키가 1.5m가 넘는 대형 청자항아리,금으로만든 해시계,군자란,20폭짜리 서예병풍등도 기록에 남아있다.국전특선 5회의 경력을 가진 손모씨는 예술의 전당 개관기념전에 출품했던 작품을 보내기도 했다.

대부분은 문민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애쓰는 일에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고 싶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높은 인기가 이런 선물들이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것 아니냐면서 내심 싫지 않는 눈치다.인기는 인기고,선물처리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공식적인 입장에서 청와대에 보낸 선물은 모두 총무처로 보내져 국고에 귀속된다.외국에서 온 선물이나 국내인사중에도 공식적인 관계로 선물을 준 경우다.공식적이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온 선물은 예외없이 본인에게 반송되고 있다.총무비서실에는 두툼한 반송대장이 비치돼 있다.

반송하거나 국고에 귀속시키지 않고 청와대에서 먹은 것도 없지는 않다.

오창농협이 대통령의 미곡종합처리장 방문에 대한 답례로 보냈던 쌀과 김치는 비서실 구내식당으로 내려보내 먹어버렸다.나카소네 전일본총리가 김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선물로 전달한 「일본과자」도 관저에 전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총무처에 넘길수도 없고 되돌려 보낼 수도 없는 것은 먹는 수밖에 없다.<김영만기자>
1993-08-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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