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역사 70만년전 시작”입증(온가족이 함께보는 우리역사:1)

“한반도역사 70만년전 시작”입증(온가족이 함께보는 우리역사:1)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3-04-16 00:00
수정 199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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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발굴팀 매일 12시간씩 작업 강행/청동기­신석기­후·중기구석기 고루 분포

1985년 7월25일 저녁무렵 충북 단양군 매포읍 도담리마을 뒷산 「금굴」동굴 안.

연세대 사학과 손보기교수(현 단국대 한국민족학연구소장)는 초조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오늘도 저물고 있었다.지난 5월26일 3차 발굴에 들어간지 벌써 두달이 지났고 이제 발굴터도 바닥을 드러내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침 7시반부터 12시간씩 강행군하는 처지에 오늘이라고 작업량을 늘릴 수는 없었다.

그동안 성과가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3·4m를 판 지점부터 층별로 청동기­신석기­중석기­후기구석기­중기구석기 유물이 차례로 나와 발굴단을 흥분시켰었다.

그러나 손교수는 내심 「진짜 큰물건」을 기대하고 있었다.작업을 끝마치라고 하려는데 누군가 『선생님,주먹도끼가 나왔습니다』라고 외쳤다.

주먹도끼를 받아든 손교수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내뱉었다.

『휜날주먹도끼로군』

『와』하는 함성이 동굴 안에 메아리쳤다.한국역사의 기원을 70만년전까지로 끌어올린 순간이었다.

이날 발굴된 「휜날주먹도끼」는 세계 고고학계로부터 전기 구석기시대의 대표적 유물로 인정받았으며 함께 출토된 화석등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60만∼70만년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선사유적 발굴이 활발해지면서 이같은 통설은 차차 무너져온 터였다.

그동안 선사유적은 단양 금굴,공주 석장리유적말고도 남한에서는 충북의 제천 점말동굴과 청원 두루봉동굴,경기 연천 전곡리,제주 빌레못동굴 등지에서,북한에서는 함북 웅기 굴포리와 평남의 상원 검은모루동굴,덕천 승리산동굴등 한반도 전역에서 고루 발굴됐다.

특히 금굴에서 25㎞쯤 떨어진 단양 상시동굴과,승리산동굴·석장리유적지등지에서는 사람의 뼈·이빨·머리털등이 발견돼 한반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한 곳중의 하나임을 보여줬다.

또 이들 유적지는 한국인의 조상을「외지에서 한반도로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처음부터 살았던 원주민」이라고 인정하는 쪽으로 학설이 바뀌어가는 근거가 됐다.<이용원기자>
1993-04-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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