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오덕/최완수 간송미술과 연구실장(굄돌)

계유오덕/최완수 간송미술과 연구실장(굄돌)

최완수 기자 기자
입력 1993-01-30 00:00
수정 1993-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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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오백년을 통틀어 닭 그림을 잘그리기로는 화재 변상벽을 단연 제일인자로 꼽아야 할 것이다.화재는 겸재와 거의 동시대를 산 화원화가로 특히 인물전신과 동물전신에 탁월한 재능을 타고 나서 초상화와 동물화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와 닭 그리기를 좋아하여 많은 걸작품들을 남기었다.이에 사람들은 그를 변고양이라는 애칭으로 즐겨부르며 그의 동물 그림들을 지극히 애호하였다 한다.

그래서 그의 고양이 그림과 닭 그림이 지금까지 상당수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 간송미술관에는 희귀하게도 그의 자필 제사가 곁들여진 「자웅화명」이라는 병아리 딸린 닭의 한가족 그림이 비장되어 있다.그 제사의 첫머리 부분을 소개해보면 이렇다.

『새벽을 맡은 것은 천성이다.또 오덕을 채우고 한마리 암수가 화답하여 서로 꼬끼요 운다』

여기서 오덕이라는 것은 수탉이 갖춘 다섯가지 덕성이라는 것이다.한시외전에 의하면 전국시대 재나라의 전요가 재애공에게 한 말이라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머리가 관(벼슬)을 이고 있는 것은 문이고,밭이 며느리발톱으로 차는 것은 무이며,적이 앞에 있으면 용감하게 싸우는 것은 용이고,먹을 것을 얻으면 서로 알리는 것은 인이며,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는 것은 신이다.닭은 이 오덕이 있다』

화재는 닭의 외형적 특성뿐만 아니라 그 습성과 심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 계유오덕의 고사까지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그래서 그 제사 벽두에 오덕을 채우고 있다 하였다.화가가 어떤 소재로 그림을 그리든지 간에 이렇게 그 소재에 대해 확실한 지식을 가져야만 그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 좋은 본보기이다.

계유 흑계지년 벽두에 전도유망한 화가라면 한번 생각하고 지나야 할 줄 안다.수탉이 갖춘 오덕을 실천하며 산다면 그 더욱 좋을 것이다.
1993-01-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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