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문학,전란문화사 연구에 큰 몫”

“임란문학,전란문화사 연구에 큰 몫”

노주석 기자
입력 1993-01-27 00:00
업데이트 199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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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영·조동일교수 등 공저 「임진왜란…」서 주장/소설·시가·성화·실기문학 등 통해 조명/“상·하층 체험 사실주의 전통 마련” 평가/피란·피해상황·복구·포로귀환 등 소재 다양

지난해 92년은 임진왜란 발발 4백주년이 되던 해.임란 5년뒤에 일어난 정유재란은 오는 97년으로 4백주년을 맞는다.이들 대전란은 조선 봉건체제에 큰 변화를 안겨 주었다.그럼에도 이 전란의 문화사적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이러한 시점에서 당시 신분적으로 대립했던 상·하층의 공동체험문학기반을 추적한 「임진왜란과 한국문학」이 민음사에서 간행됐다.

이 연구에는 소재영(숭실대),정재호(고려대),설성경(연세대),김태준(동국대),조동일(서울대),신동욱(연세대),황패강(단국대)교수등이 참여했다.임란과 더불어 형성된 소설과 시가문학,실화,한시,실기문학을 주로 다루고 있다.이들 문학은 우선 처참하게 희생된 하층인의 처지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또 전쟁체험에서 우러난 소망이 상하공감의 사실주의적 문학전통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했다.

소재영교수는 「임진왜란과 소설문학」을 통해 「임진록」을 비롯,「최척전」과 「남윤전」「이한림전」을 검토대상으로 삼았다.이밖에 봉유계열로 「달천몽유록」을 포함시켰다.「임진록」은 임란의 전승설화집의 성격을 지녔으나 소설적 격식을 갖추었기 때문에 역사소설(역사군담)로 보았다.「임진록」을 문헌과 기록문학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옴니버스형 작품으로 조명하면서 「최척전」에 주목했다.특히 조위한의 「최척전」은 소설주인공의 공간적 체험을 중시하고 있다.

「최척전」은 임란포로들의 체험적 사실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실존인물 노인이 남원에서 포로가 되어 일본에 잡혀 갔다가 중국의 복건성등지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나 조완벽이 포로로 팔려 장기·안남등지를 전전하다 귀환한 사실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이한림전」의 경우 조선에서 일본으로 갔다가 안남에서 부자가 상봉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내용의 소설구조역시 공간관념의 확대현상으로 지적했다.

정재호교수는 「임진왜란과 국문시가」에서 임란소재 현전 시가로가사 16편,시조 10수를 밝혀냈다.이들 시가의 내용을 임란의 피해현황,난에 대한 자아비판,피란,전쟁뒤의 평화,복구,포로의 시가및 귀환의 노래로 분류했다.그리고 이러한 임란의 묘사에는 관념적인 것이 있는가하면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것이 포함되어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이들 시가는 1592∼1640년까지의 시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가려냈다.이같은 현상은 당대에 전란을 경험한 사람들에 의해 지어진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정교수는 주장했다.

그 가사의 하나가 무수히 죽어간 인명살상에 대한 「용사음」이다.「조종 구섭에 도적이 님재도여/뫼마다 죽기거니 골마다 더듬거니/원혈이 흘너나 평육이 성강하니/건곤도 뵈자올샤 피□□ 전혀 업다」라고 되어 있다.임란은 군인간의 전투가 아니라 전국이 초토화되고 문화가 야만에 의해 짓밟힌 것을 상징한 이같은 시가는 우리 가슴에 한이 되어 이루어진 임란문학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설성경교수는 임진왜란의 설화를 현실적 체험의 비극을 곰삭여 자아낸 인간적 여유의 문학으로 정의하고 있다.그는 「임진왜란 체험의 설화와 양상」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우회적으로 따뜻하게 덥혀낸 문학을 임란의 설화로 보고 그 유형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그것은 임진왜란에 대한 신격예시등의 임란이전의 사건설화로부터 임란때의 여성대응설화,임란종결과 보상설화까지 여러 갈래로 나타난다.

보상설화의 대표적 케이스로 「사명당 설화」를 꼽았다.임란에 대한 보복보상심리가 짙게 깔린 이 설화는 사명당이 왜에서 벌인 신통력있는 활동을 통해 7년간의 민족적 시련에 대한 정신적 보상의 명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노주석기자>
1993-01-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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