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퇴장(외언내언)

DJ의 퇴장(외언내언)

입력 1992-12-22 00:00
수정 1992-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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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후보.그는 낙선하고 떠나면서 우리의 뇌리에 그 자신을 더욱 영롱하게 심고 있다.개표가 끝나지 않았던 토요일 아침,그는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간결하고 소박한 표현으로 정계은퇴 선언을 했다.하해와 같은 은혜를 받았다는 적절한 말의 선택으로 그는 그동안 그를 심정적으로 거부했던 사람들에게까지도 다시 마음을 풀고 정을 되살려주게 했다.그의 정치의 그릇은 큰 것이었다.

그러고나서 그는 독서를 하면서 일요일을 보냈다 한다.그는 우리 정치인들속에서 너무 드문 독서가이다.많은 세계적 정치가들이 독서를 통한 지적 이미지로 정치의 격을 높여 왔던게 사실이다.테오도르 루스벨트 미대통령이 이들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었다.그는 회고록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서목까지 내놓았다.「시와 소설과 역사물을 읽으라.헤로도투스·기본·랑게등이 좋은 책들이다」라고 썼다.전문적수준의 식견이었다.

정치가들에는 그들의 정신적 긴장을 푸는데도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가 많았다.조지 워싱턴은 볼테르의 서간문과 로크의 「인간오성론」을 읽으면서 긴장을 완화했다.김대중씨의 은퇴후 첫날 독서는 아마도 긴장 완화용이었을 것이다.그래도 그가 읽은 책의 목록은 꼭 그렇지도 않다.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과 다산의 「목민심서」.그의 관심은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는 세계와 그 속에서 정치가 또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에 심정적으로는 헌신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20세기 후반에 와서 정치가들의 독서도 시류에 따라 변하고 있다.아이젠하워는 서부극 소설을 읽었고 케네디는 이안 플레밍의 007시리즈를 좋아했다.빌 클린턴 차기 미대통령은 또 1주일에 3권씩 추리소설을 읽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가들의 독서는 학자들의 독서보다 더 구체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우리는 지금 수준높은 독서를 하는 지적정치인 한명을 정치로부터 떠나 보내고 있다.아쉬운 일이다.

1992-12-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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