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진흥 힘써야 할때 음란물 단속에 바쁘니”(공무원의 애환)

“출판진흥 힘써야 할때 음란물 단속에 바쁘니”(공무원의 애환)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2-11-12 00:00
수정 199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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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작가 「좋은 책 만들기」 노력해야/김원기계장 문화부 도서출판과

문화부 도서출판과의 김원기계장(38)은 음란도서등 불량출판물이 사회문제가 될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이 맡고있는 출판진흥정책에 힘을 쏟아야 할 시간이 불량도서의 규제에 돌려지는 것이 아쉽기 때문이다.

마광수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던 지난달 초에도 김계장은 서둘러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아야 했다.그는 도서출판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윤리기준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오히려 문학작품이 교훈적인 내용만을 담고있어야 된다는 주장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책을 읽고난뒤의 느낌은 지금의 자리로 옮겨오기전 영상음반과에서 단속해 폐기처분한 불법포르노비디오와 다르지않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때입니다.출판업계가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세계적인 불황의 늪에 빠져있고 국내출판업계도 전환기에 있습니다.출판의 문화적 기능을 높이는 것과 함께 산업화 차원에서 출판에 대한 지원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할 때입니다.이런 상황에서 내년이 「책의 해」로 지정된 것은 출판산업의 앞날을 위해서는 물론 출판이 모든 문화의 기반이 되는 매체라는 점에서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출판계는 출판업등록에 대한 규제가 전혀없는 상황에서 7천5백개의 출판사가 난립해있는 상태.이가운데 60%이상은 1년동안 단한권의 책도 내지않으며 「한탕주의」를 노린다.게다가 등록조차 하지않은 불법출판업자들은 해외불량도서,일본의 저질퇴폐상업문화를 그대로 복사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미치고 있다.

김계장 같은 실무자들은 공권력을 이용한 출판물 단속은 실효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다.

저질 불법출판물을 추방해야한다는데는 여러 사람들이 동감하고있고 근절대책도 이미 오래전부터 제시되고 있으나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김계장은 어느나라보다도 일찍부터 출판문화를 꽃피운 선조들의 전통을 잇고있다는 자신의 자부심을 모든 출판인이 함께 느낄때 도서출판진흥과 불법도서근절이 함께 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서동철기자>
1992-11-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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