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전 냉동인간 알프스서 발견/「선사인류」 규명에 중요한 전기

5천년전 냉동인간 알프스서 발견/「선사인류」 규명에 중요한 전기

이기백 기자 기자
입력 1992-02-10 00:00
수정 199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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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학계,“뇌서 발톱까지 해부” 흥분/오­이태리 소유권분쟁… 과학자 애태워/등반사고짐작 이,뒤늦게 시체인도신청등 법석

지난해 가을 해발 3천2백m 알프스 빙하속에 갇혀있다 발견된 냉동인간은 당초 추정보다 5백여년 앞선 5천4백여년전의 사람으로 확인돼 유럽과학계가 선사시대 인류사를 밝히기 위해 흥분해 있다.유럽 각연구소는 물론 생물·병리·해부·신경·인류학자들은 뇌에서 발톱에 이르기까지 신체부위를 조금씩 공급받아 과학적 연구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그러나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국경 티롤지방 알프스고봉에서 발견된 이 냉동인간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두나라 사이에 분쟁이 발생,법원 판결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과학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발견된 지명을 따서 「호모 티로렌시스」로 이름지어진 유럽인 조상이 발견된 지점은 알프스산봉 국경에서 이탈리아쪽으로 92m지점되는 바위틈새.오스트리아 등산객이 지난해 9월19일 눈더미속에서 발견해 등산사고로 알고 신고,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측에 연락했으나 출동을 안해 오스트리아 관리가 현장조사후 시체를 인스부르크대학 고고학연구소 냉동보관소에 보관시켰다.또 현장에 흩어져 있던 구리도끼·가죽옷·활·부싯돌등 유류품들을 독일 마인츠 로마·게르만 박물관으로 보내 탄소반감기연대측정을 해 본 결과 의외로 반만년전 선사인으로 밝혀진것.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안 이탈리아는 소유권을 주장,법원에 시체인도신청을 냈으나 오스트리아측은 유럽과학계가 공동으로 연구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1.58m의 키에 갸름한 얼굴을 한 선사인은 미라가 된후 냉동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보관상태가 아주 좋았다.손에는 주목으로 만든 활을 쥐고 화살 12개와 청동도끼,U자형 개암나무줄기 받침대에 가죽을 감싸 등에 지는 가방등이 함께 발견되었다.

청동도끼는 아무런 무늬가 없어 초기 청동기시대 사람임을 짐작케 한다.

선사인이 발견된 지점은 연평균기온 영하 6도의 만년설 경계지역.이 선사인은 죽은 뒤 산윗쪽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만년설에 갇혀 5천4백년을 잠자다 지구온실효과로 알프스 만년설경계선이 후퇴하자 긴잠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된것으로 과학자들은 밝혀냈다.

머리카락은 색소가 Y로 분류돼 현재 아프리카인처럼 짙은 검은 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른손에는 가느다란 두줄의 문신이,등에는 10개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으며 거세한 자국이 나타나 당시에도 수술이 행해졌음을 짐작케 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분석결과 신분이 목동이었다는 것과 그때부터 계절에 따라 알프스산허리를 오르내리는 가축사육법이 발달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5천년전 인류생활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비밀의 보고인 냉동인간을 직접 분석하는 길밖에 없어 소유권 다툼이 빨리 해결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베를린=이기백특파원>
1992-02-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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