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거부」에 냉담한 시청자/김성호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집필거부」에 냉담한 시청자/김성호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김성호 기자 기자
입력 1991-05-01 00:00
수정 1991-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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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작가들이 KBS를 상대로 집필거부에 돌입,KBS TV의 일부 프로들이 방영되지 못한 사건은 현행 TV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거듭 노출시킨 셈이 돼 주목된다.

방송작가들은 지난달 16일부터 KBS의 드라마 쇼 코미디물 집필거부를 계속해 프로의 연이은 불방사태를 몰고왔으나 의외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즉 저작권 단체협약 체결지연에 대한 작가들의 항의표시가 시청자를 볼모로 한 편법으로 나타났고 이에 대한 KBS측의 우려가 컸으나 시청자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방송국측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물론 이번 작가들의 집필거부가 몰고온 불방사태는 KBS에 국한됐지만 양 방송사의 방송물이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볼 때 시청자들의 「냉담반응」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방송되지 못한 프로가 「서울뚝배기」 「유머1번지」 「쇼비디오 자키」 등 KBS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해 온 인기프로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TV방송내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만은 꾸준히지속돼 왔던 것이 사실.

시대감각을 따르지 못하는 드라마나 억지 춘향격인 웃음 만들기로 일관하는 쇼·코미디 모두가 시청자들의 불만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체프로들이 마땅치 않은 형편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의 시청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예고없는 불방에 길들여져 있는 시청자들에겐 이번 사태가 평범한 방송펑크와 대체프로 방영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흔히 그랬듯이 특별방송관계로 정규프로가 못나가는 줄로만 알았어요. 사실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인 요즘 연속극과 코미디 프로에 대한 애착은 없지만 불방에 대한 해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고없는 방송펑크가 아쉽다는 한 시청자의 반응은 그래도 괜찮은 편. 문제는 『오히려 정규프로에 대체돼 방송중인 스포츠중계나 다큐멘터리가 짜증을 덜어줘 반갑다』는 시청자의 역반응이다. 이쯤되면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연속극이나 코미디프로 편성에 대한 방송국의 재검토가 있어야 될 듯 싶다.
1991-05-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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