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상 대결전」 3월로 늦춰질듯

중동 「지상 대결전」 3월로 늦춰질듯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1991-02-12 00:00
수정 1991-02-1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공화국 수비대 피해 예상밖 25%에 불과/“35% 타격 줘야”… 현지 지휘관등 의견 수용/“2∼3주 추가공습 필요” 주장 안팎

2월중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걸프전쟁의 지상전투가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체니 미 국방장관과 파월 합참의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보고 현지 지휘관들로부터 전황에 대해 보고를 받은 지난 주말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체니 장관과 파월 의장으로부터 보고를 들은 뒤 지상전 개시 시기가 결정될 예정인데 사우디 현지에서 2∼3주 정도 공습을 더한 후 지상전을 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아무래도 지상전의 개시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2월중순 지상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 것은 달이 없고 쿠웨이트연안이 만기라서 상륙작전을 펼치기에 놓으며 날씨도 선선해 다국적군의 지상공격 시작에 유리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또 이슬람교의 주요행사인 라마단이 3월15일 시작되므로 한달 앞선 2월중순 지상전을 시작하면 라마단전에 전쟁을 마칠 수 있어 회교권은 물론 장기전을 꺼리는 미국내 여론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체니 장관과 파월 의장이 10일 슈워츠코프 사령관 등 현지 지휘관들로부터 장장 9시간에 걸쳐 전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의견을 청취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슈워츠코프 사령관은 3주정도 공습을 더해 이라크군을 완전 초토화시키고 나서 지상전을 벌이자고 강조했으며 리처드 닐 미 해병중장도 『공격목표가 사방에 널려 있다』고 말해 당분간은 지상전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도 지금까지의 공중폭격으로 이라크 정예 공화국 수비대의 25% 가량을 파괴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데 앞으로 몇주일 더 공중폭격을 단행하면 이달 말쯤엔 다시 35%가량의 공화국 수비대 전력을 부숴 지상전에 유리한 고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사우디를 떠나기에 앞서 체니 장관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이라크군의 전력을 최고 40% 감소시켰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라크 해·공군은 무력화됐다고평가했으나 이라크군의 통신체제와 병력 및 탱크 등에 언급,이라크군의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고 말해 지상전 개시를 2∼3주 늦추자는 현지 지휘관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눈치를 보였다. 부시 대통령도 10일 「적절한 때」에 이라크에 대한 지상전 공격시기를 결정하겠다면서 이라크에 개인 특사를 보내겠다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시도를 「괜찮은 것」이라고 말해 조금 더 두고 보겠다는 암시를 주었다. 메이저 영국 총리도 10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가능성 이상으로 개연성이 높은 것이지만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혀 지상전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미국이 지상전을 늦추려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군사적인 측면에서 체니 장관이나 현지 지휘관들의 이야기처럼 아직도 이라크군이 상당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어 이대로 지상전을 벌이면 많은 희생이 따르거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내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나토가 개발한 「공지전」 전략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전략에 의하면 공습으로 적을 거의 무력화시키고 나서 지상전을 벌임으로써 아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적의 피해는 최대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으로서는 우방의 전쟁지원이 잘되고 있는 지금 큰 부담없이 새로운 무기와 전략을 충분히 시험하고 이라크를 최대한 파괴해 전후 중동에서 두번다시 패권을 꿈꾸지 못하도록 만드는 「부수효과」도 고려했음직하다.

하지만 지상전의 연기에 따른 문제도 적지 않다. 다국적군의 결속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라마단이 시작되기전에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인가,달이 그믐으로 바뀌고 쿠웨이트연안의 간만조건이 공격에 유리하게 되려면 거의 한달을 기다려야 하는데 날씨가 더워지고 모래폭풍으로 인해 작전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인가,미국내 전쟁지지 여론이 떨어지지 않을 것인지 등등 연기에 따른 문제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상전을 연기할 가능성을 비추는 것은 이라크의 전투력 파괴가 생각만큼 잘 안되고 있거나 이라크로 하여금 지상전의 시기를 예상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략적 고려일 것으로 보인다.<강석진기자>
1991-02-12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