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동원력 우월한 현역,96%가 재선/선거제도 불신 심화… 연임제한론 대두
미국 중간선거의 개표가 진행되던 6일밤 현역의원들의 무더기 재선에 낙심한 기성정치인 반대 그룹들에게 가장 기뻤던 소식은 몇몇 주에서 보여준 의원 임기제한 국민발의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였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주 하원의원 임기를 6년,주 상원의원 및 선거직 관리임기를 8년으로 각각 제한하는 안을 통과시켰고 콜로라도 주민투표에선 이들의 임기를 똑같이 8년으로 제한하는 안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또 캔자스시 유권자들은 시의원 임기를 8년으로 제한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확정되면 캔자스 시의원 13명 가운데 9명이 내년 4월 퇴임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인의 종신직업화 현상에 대한 거부를 반영하는 각 주의 이같은 임기 제한이 워싱턴 의사당에까지 파급되려면 앞으로 숱한 법률적 인적장애를 넘어야 한다. 『정치 건달들을 몰아내자』는 슬로건을 내건 기성정치인 반대그룹들이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외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올해의 미국 중간선거가 보여준 것은 무엇이었나? 7일자 사설의 모두에서 이렇게 자문한 미 최고의 권위지 뉴욕타임스는 우선 「없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있다면 「선택의 기회는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유권자가 만들 수 없음을 보여준 것 뿐」이라고 꼬리를 달았다.
연방 하원의원 4백35명 전원을 비롯하여 상원의원 34명,주지사 36명 등을 개선하는 이번 선거엔 애초부터 경쟁다운 경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6일밤 개표때도 마음 졸이는 서스펜스의 순간이 거의 없었다. 뉴욕주의 경우 자정 전에 이미 현 지사 마리오 쿠오모의 3선이 확정됐으며 하원의원 찰스 랑겔은 11선,우리 귀에 익은 이름인 스티븐 솔라즈는 9선,테드 와이스는 7선,찰스 슈머는 6선 고지에 각각 가볍게 뛰어올랐다.
현역의원의 낙승은 뉴욕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 걸친 공통현상이었다. 재출마한 현역 하원의원 4백21명 가운데 떨어진 사람은 15명에 지나지 않았다. 현역 상하의원의 재당선율은 무려 96%에 달했다. 이는 지난 86,88년의 98%보다는 약간 처지는 것이나 다른나라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재선율이다.
현역의 무더기 재선 사태는 유권자들의 선택이라기 보다 미 선거체제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엄밀히 말해 이번에 미국 유권자들에겐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정책면에서도 그랬고 인물면에서도 그랬다.
유권자들은 민주공화 양당간의 정책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양당 후보간의 인물 차이를 구별하기도 어려웠다. 많은 유권자들의 눈에는 민주 공화 양당이 단 1전만큼의 차이도 없는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현역의원과 도전자 사이에는 수백만달러의 차이가 엄존했다.
제도적으로 현역의원들은 도전자 보다 10∼20배의 선거자금을 더 모금할 수 있는 우위에 있으며 이해타산적인 현실은 이같은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예컨대 지난 9월30일 현재 하원의원 도전자 3백31명이 모금한 선거자금은 총 3백30만달러에 달했다. 이 금액은 당시 스티븐 솔라즈(뉴욕) 멜 레빈(로스앤젤레스) 두 현역의원의 모금액 3백40만달러보다 10만달러가 적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 앞서 실시된 많은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이 심화됐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현역 정치인의 무더기 재선이라는 투표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현역의 이점과 막강한 돈의 위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건 여간해서는 뚫리지 않는 「기성체제의 벽」일지도 모른다.
현역과 도전자간의 불평등한 싸움,특히 정치자금면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한 미국의 중간선거는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김호준 워싱턴특파원>
미국 중간선거의 개표가 진행되던 6일밤 현역의원들의 무더기 재선에 낙심한 기성정치인 반대 그룹들에게 가장 기뻤던 소식은 몇몇 주에서 보여준 의원 임기제한 국민발의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였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주 하원의원 임기를 6년,주 상원의원 및 선거직 관리임기를 8년으로 각각 제한하는 안을 통과시켰고 콜로라도 주민투표에선 이들의 임기를 똑같이 8년으로 제한하는 안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또 캔자스시 유권자들은 시의원 임기를 8년으로 제한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확정되면 캔자스 시의원 13명 가운데 9명이 내년 4월 퇴임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인의 종신직업화 현상에 대한 거부를 반영하는 각 주의 이같은 임기 제한이 워싱턴 의사당에까지 파급되려면 앞으로 숱한 법률적 인적장애를 넘어야 한다. 『정치 건달들을 몰아내자』는 슬로건을 내건 기성정치인 반대그룹들이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외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올해의 미국 중간선거가 보여준 것은 무엇이었나? 7일자 사설의 모두에서 이렇게 자문한 미 최고의 권위지 뉴욕타임스는 우선 「없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있다면 「선택의 기회는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유권자가 만들 수 없음을 보여준 것 뿐」이라고 꼬리를 달았다.
연방 하원의원 4백35명 전원을 비롯하여 상원의원 34명,주지사 36명 등을 개선하는 이번 선거엔 애초부터 경쟁다운 경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6일밤 개표때도 마음 졸이는 서스펜스의 순간이 거의 없었다. 뉴욕주의 경우 자정 전에 이미 현 지사 마리오 쿠오모의 3선이 확정됐으며 하원의원 찰스 랑겔은 11선,우리 귀에 익은 이름인 스티븐 솔라즈는 9선,테드 와이스는 7선,찰스 슈머는 6선 고지에 각각 가볍게 뛰어올랐다.
현역의원의 낙승은 뉴욕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 걸친 공통현상이었다. 재출마한 현역 하원의원 4백21명 가운데 떨어진 사람은 15명에 지나지 않았다. 현역 상하의원의 재당선율은 무려 96%에 달했다. 이는 지난 86,88년의 98%보다는 약간 처지는 것이나 다른나라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재선율이다.
현역의 무더기 재선 사태는 유권자들의 선택이라기 보다 미 선거체제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엄밀히 말해 이번에 미국 유권자들에겐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정책면에서도 그랬고 인물면에서도 그랬다.
유권자들은 민주공화 양당간의 정책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양당 후보간의 인물 차이를 구별하기도 어려웠다. 많은 유권자들의 눈에는 민주 공화 양당이 단 1전만큼의 차이도 없는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현역의원과 도전자 사이에는 수백만달러의 차이가 엄존했다.
제도적으로 현역의원들은 도전자 보다 10∼20배의 선거자금을 더 모금할 수 있는 우위에 있으며 이해타산적인 현실은 이같은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예컨대 지난 9월30일 현재 하원의원 도전자 3백31명이 모금한 선거자금은 총 3백30만달러에 달했다. 이 금액은 당시 스티븐 솔라즈(뉴욕) 멜 레빈(로스앤젤레스) 두 현역의원의 모금액 3백40만달러보다 10만달러가 적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 앞서 실시된 많은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이 심화됐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현역 정치인의 무더기 재선이라는 투표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현역의 이점과 막강한 돈의 위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건 여간해서는 뚫리지 않는 「기성체제의 벽」일지도 모른다.
현역과 도전자간의 불평등한 싸움,특히 정치자금면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한 미국의 중간선거는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김호준 워싱턴특파원>
1990-11-10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