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영화제 개막/스크린의 뒷얘기

남북영화제 개막/스크린의 뒷얘기

김정열 기자 기자
입력 1990-10-12 00:00
수정 199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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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나 조국통일 앞당기자” 한목소리/“6촌 남매 상봉 무산” 홍국태씨 돌연 귀국

○…밤비까지 내리는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남북영화제 개막식장은 온통 열기로 후끈거릴 정도였다.

10일 하오 7시(현지시간) 뉴욕 메도 코로나공원 퀸즈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은 예상보다 많이 몰려든 교민들로 5백석의 좌석이 크게 부족,3백여명이 선 채로 분단 45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남북영화인들을 환영했다.

○북측,장미희에 합작 제의

○…북한측 영화인들은 한국배우를 소개하는 순서에서 신성일씨와 장미희씨를 호명하자 잘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얼굴로 이들을 쳐다봤다. 특히 조선영화문헌고 총지배인 박순태씨는 장미희씨에게 『무척 예쁘다. 우리와 영화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제의하기도.

○…북한측 인민배우 홍영희(35)와의 상봉을 위해 뉴욕영화제에 참석중인 6촌 오빠 홍국태씨(50)가 11일 상오 11시(현지시간) 돌연 상봉을 포기하고 뉴욕을 떠났다.

홍씨는 이날 상오 기자회견을 갖고 『나의 상봉문제가 사전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북한측이 이에 반발,상봉을 주선하지 않아 불가능해진데다 이 문제로 이번 영화제의 성격이 흐려지는 것을 우려하여 혼자 귀국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개막식에서 교민들의 시선을 모은 최고의 스타는 역시 북한의 인민여배우 오미란씨(36)와 홍영희씨(35)였다. 참가자들은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함께 대화를 나누려 했다.

분홍색 치마저고리의 홍영희씨는 순박한 외모와는 달리 빗발치는 주위의 질문공세에 침착하게 답변했다. 그녀는 나이를 묻는 질문에 『55년생』이라며 『아는 것은 모두 말씀드려야죠』라고 말해 옆에서 『여자에게 나이 묻는 게 아니다』라며 질문을 제지하려던 북한측 대표단장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녀는 또 『음악가인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가 있으며 둘다 음악가로 키우고 싶다』고 가족내용을 밝혔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개막식에서 양측 영화인과 참석 교민들은 「우리의 소원」과 「아리랑」을 합창했으며 다채롭게 꾸며진 순서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한국 대표단들은 당초준비한 턱시도가 북한측을 위축시킬 것을 우려,평상복으로 바꿔입기도 했다.

이날 교민중 하나가 오미란씨에게 준비해온 금반지를 선물해 주위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남북영화 공통점 많아”

○…이날 기자회견석상에서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봤으면 수준은 어느 정도이던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엄길선단장은 『필요할 때마다 여러편씩 본다』고 전제,『개인을 주제로 한 영화는 상당한 수준급이다』라며 『어떤 소재이든간에 남과 북의 영화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았다』고 피력. 특히 엄 단장은 『남쪽의 영화나 북쪽의 영화가 지니고 있는 공통점은 역시 같은 피를 나눈 민족의 혼』이라고 강조.

○엄 대표 평양ㆍ서울 개최지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엄길선 북측 대표단장은 『이번 영화제는 머나먼 미국땅에서 갖지만 앞으로는 평양과 서울 또는 판문점에서 개최할 것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분단 45년만에 만나 서먹서먹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얼굴을 대하고 보니 한핏줄임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 자주 만나 영화를 통해 조국통일의그날을 앞당기자』고 말했다.

이에 강대선 한국단장은 『반목과 불신으로 일관해오던 남북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제,『이번 영화제가 민족통일과업을 위한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영화교류는 호혜평등과 상호주의에 입각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뉴욕=김정열 특파원>
1990-10-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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