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에 바란다/안충영 중앙대교수ㆍ경제학(특별기고)

새 경제팀에 바란다/안충영 중앙대교수ㆍ경제학(특별기고)

안충영 기자
입력 1990-03-20 00:00
업데이트 199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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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일관성 유지속 궤도 수정을”/“응급 부양책 지양,성장 잠재력 제고를/투기등 불로소득은 반드시 차단해야”

개각과 함께 경제팀이 거의 다 교체되었다. 우리경제가 지금 중대한 구조적 전환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 경제팀의 정책기조는 우리경제의 발전에 실로 중대한 획을 그어 놓을 수 있다. 지금 우리경제는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에서 모두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노사분규의 양상이 현재는 진정되고 있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어떠한 형태로 금년도 임금협상이 전개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 놓여 있다.

새 경제팀의 사령탑이나 신임 각료들의 기자회견에 나타난 취임포부나 평소입지로 미루어 보아 개혁의지를 담은 전임 조순부총리의 안정우선정책을 퇴색시키고 새 경제팀은 성장우선으로 궤도수정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6공화국이 출범하면서 형평과 복지라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진통과 함께 지금까지 다양한 정책입안을 해왔다. 이 가운데서도 토지공개념과 금융거래실명제는 6공의 대표적 정책구상이라고볼 수 있다. 우리는 6공화국이 지금까지 표방한 경제적 형평의 이념적 기초나 철학이 새 경제팀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신임 이승윤부총리는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의 세 마리 토끼가 모두 물에 빠졌다면 성장을 겨냥한 경기부양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나머지 두 마리는 성장의 여력으로 구출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저해하는 금융거래실명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신임 부총리의 정책구상에서도 성장우선론의 의지는 다분히 나타나고 있다.

새 경제팀은 그동안 6공화국 정부가 내걸었던 경제운용의 철학적 기초가 근본적으로 수정될 때 일어나는 가치관의 혼란과 정부에 대한 불신풍조는 우리경제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더욱 큰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경제는 응급경기부양책으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향후의 경쟁력확보와 성장잠재력을 키워가는 장기효율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한다. 기업가나 소비자가 불로소득을 끊임없이 쫓아가는 심성 위에있을 때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의 길은 없다. 손쉽게 돈벌수 있는 길이 뻔히 보이는데 어느 기업가가 생산현장의 기술력 확보에 정진하겠는가. 그리고 돈있고 가진 사람들이 세금으로도 포착되지 않고 그들의 횡재를 확대하고 넓힐 수 있는 불로소득의 구멍을 방치한채 그쪽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경제의 물흐르는 순리」로 진단하고 그 순리를 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경제원칙의탈을 쓴 궤변에 불과하다.

토지공개념이나 금융거래실명제는 생산에 기여한 만큼 자기 몫을 찾아가고 누구나 돈을 번 만큼 형평에 맞게 세금을 내자는 시장경제의 기본율을 더욱 충실히 다져가는 제도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모두가 공감해야 된다. 가명과 차명으로 분산된 주식의 실명화가 기업활동에 급격한 충격을 준다면 그것을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고,이미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에까지 불이익이 돌아오는 금융자산소득의 종합과세가 중산층에까지 조세저항을 일으킨다면 종합과세율의 재조정을 통해 저축의욕을 꺾지 않는 방향으로 보완을 해서라도,그리고 토지공개념과 동시집행에서 충격이 너무 크다면 순서의 완급을 두어서라도 우리 실정에 맞게 이들 두 제도는 반드시 한국형 제도로 정착시킬 지혜를 새 경제팀은 짜야 한다.

이미 몇배로 오른 전세값ㆍ땅값ㆍ집값 등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다스려야 한다.전세값의 폭등에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이것을 만회하기 위한 임금인상이 또다시 일어나면 우리경제는 남미형의 임금­물가의 나선형 상승의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새 경제팀은 새로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이미 풀린 돈을 생산쪽으로 유도하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작년 12ㆍ12 증시부양을 위해 2조8천억원이 풀리고 금년 1월에 다시 2조6천억원이 풀리는 등 지금 8조원 규모의 돈이 시중에 공급되었지만 부동자금상태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와같이 거대한 대기성 자금을 방치한 채 경기부양용 통화공급은 물가상승의 고삐를 완전히 풀어 놓게 될 것이다.통안증권의 발행제도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사이의 역금리체계를 개선해서 과잉유동성의 환수에 노력해야 될 것이다.

우리는 거대여당이 출현하면서 「경제의 정치화」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한다. 정당활동에 자금줄을 쥐고 있거나 막강한 득표원이기 때문에 그들의 집단적 이익을 옹호하고 그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구상과 집행을 동시에 배격한다. 남미형 같은 정체의 늪은 바로 경제의 정치화에서 일어났다. 새 경제팀은 전환기에 놓여 있는 한국경제를 더욱 건실한 구조조정을 하도록 기초를 다지는 일에 객관성을 띠고 탈정치화해야 될 것이다. 새 경제팀은 가진자의 힘있는 여론이나 집권여당의 무절제한 공약남발에 떠밀려 그 뒤치다꺼리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 견지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배가시켜 사회적 심리의 안정기반을 다지는 데 소홀해서는 안된다.

금년들어 그동안 노조의 임금인상 일변도의 투쟁양상이 건설적 협상으로 그 모습이 바뀌어 가고 있는 가능성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노동운동의 이와 같은 변화에 상응하여 이제 우리의 기업도 신제품개발과 기존제품의 품질향상등 창의적 경제활동에 앞장서야 한다. 새 경제팀은 고기술ㆍ고부가가치의 산업진흥을 위해 기능적ㆍ제도적 지원과 육성장치를 공정한 시장률에 따라 마련하면서 장기적 기술드라이브 정책의 초석을 놓아야 할 것이다.
1990-03-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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