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내각에 바란다/성장과 안정의 조화를(사설)

새 경제내각에 바란다/성장과 안정의 조화를(사설)

입력 1990-03-19 00:00
수정 1990-03-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경제내각이 새로운 기대속에 출범했다. 경제계는 새 경제내각이 경기활성화시책을 강력히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고 새 팀의 컬러로 보아 안정보다는 성장에 정책의 비중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경제팀에 거는 기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당정간의 마찰로 인하여 정책이 실기하는 일이 없고 경제부처간의 불협화음으로 정책결정이 지연되거나 보류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기대의 이면에는 우려도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성장우선의 경제운용이 안정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경제내각 총수인 이승윤부총리가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하여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을 주창해왔고 그의 정책적 사고나 철학이 다분히 성장중시형으로 비치고 있는데서 그런 추론이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경제내각의 출범을 계기로 현재 추진되고있는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제도의 확대가 연기 또는 후퇴되지 않느냐는 논의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부총리는 취임후 『금융실명제등 개혁정책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것은 평소 그의 지론으로 보도되고 있다.

개혁정책에 대한 그의 부정적 시각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기업집단에 경사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하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생경제보다는 성장중심의 전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그러기 위해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완화문제까지 후퇴하지 않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새 경제내각에 대한 이러한 일부의 우려가 기우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로 경기의 단기적인 부양과 성장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경제는 과거와같이 몇가지 정책변수를 조화있게 운용한다고 해서 고성장으로 전환될 상황에 있지가 않은 것이다.

바꿔말해 지나친 성장집착은 오히려 안정을 해칠 뿐이다. 안정없는 성장이 있을 수 없고 성장이 없는 안정이 있을 수 없듯이 어느 한 쪽에 경사되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현재 우리경제는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있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중시의 정책을 택하게 되는 경우 인플레가 급속도로 확산됨은 자명한 일이다. 정책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성장과 안정의 양립을 통하여 경제국면을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는 갈등구조 개선문제를 소홀히 다루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고성장과정에서 불균형 현상이 누증되어 왔고 그 결과 우리사회가 심한 갈등과 마찰을 보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갈등구조는 불평등에 대한 용인도가 그 한계점을 넘어선 데서 야기되고 있다. 과거 3년동안 노사분규에서 보듯이 갈등구조를 개선함이 없이는 성장이 지난하다고 생각된다.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제도는 그런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 경제를 침체로 몰기 위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물론 이 제도들이 단기적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 작용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경제주체들의 참여를 통한 성장의 전제조건인 갈등구조 해소를 경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금융실명제등 제도개혁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지 연기나 환골탈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셋째로 경기활성화나 부양조치가 기업의 체질개선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흐르지 말아야 한다. 현재 경기침체가 노사분규와 원하절상문제 못지않게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소홀히 한데서 기인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 점은 경기부양 조치가 과거와 같이 캄프르주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정부의 경기활성화 조치는 경제구조 조정을 위한 합리화투자 또는 기반기술 및 첨단기술 투자의 촉진에 역점이 두어져야할 것이다. 경제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인플레를 자극하고 이에 따른 대외 경쟁력 약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의 우려가 없지 않다. 또한 인플레가 진행되면 부동산투기나 재테크에서 얻어지는 수익이 기업의 투자에 의한 기대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가 감소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금리인하를 포함한 정책매개변수의 조정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기를 촉구한다.

넷째로 경제정책은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내각 내에서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운용되어야할 것이다. 여당이 경제정책에 지나치게 간여하여 당정간 불협화음을 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또한 경제부처간의 정책적 협력이 더 없이 절실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며 앞으로 경제기획원은 경직적인 예단을 버리고 정책통합 기능을 최대한 살리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1990-03-19 2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